올 1·4분기에만 350개 이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정부가 자사주 취득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매입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은 358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253개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2012년 이후 최고치인 2018년(334개) 기록을 한 분기 만에 뛰어넘은 수준이다. 최근 잇단 자사주 매입은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자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국타이어, SK증권 등이 자사주를 취득했고, 이달 들어서도 한샘, LG상사 등이 자사주 매입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3일 시가총액 28%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LG상사는 다음 거래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내놓은 시장안정조치도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을 독려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규제 완화 이전인 12일까지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은 16개에 불과했지만 13일부터 말일까지는 70개로 급증했다.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기업 임원 및 주요 주주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취득을 신고한 건도 329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6개 기업은 대표이사, 사장 등 대표성을 지닌 임원 및 지분율 10% 이상 주주가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자사주 취득은 해당 기업의 여유 자금 보유 확인과 주주 환원 의지로 해석되지만 최근 급락장에서는 경영진의 주가 안정화 의지와 기업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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