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한 특별대출제도는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한은이 은행과 증권·보험사에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직접 대출해주는 형태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과 대출 한도 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채 담보 특별대출은 내달 4일부터 시행되며 대출 기간은 6개월 이내로 중도 상환도 가능하다. 대출금리는 통화안정증권(182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하며 개별 회사별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25% 이내에서 이뤄진다.
한은법 64조와 80조를 각각 근거로 한은이 특별대출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회사채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을 개선하는 2가지 목표를 겨냥해서다. 코로나19 피해 확대로 회사채 발행과 차환이 어려움을 겪고, 증권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자 지난 2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 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 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은이 대출해줄 수 있는 국내 16개 은행의 AA- 이상 회사채는 1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증권사의 경우는 한은이 증권을 매매하고 있는 기관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 국채전문딜러(PD) 등 총 15개에 한국증권금융까지 16 곳으로 AA- 이상 회사채 보유액이 지난달 말 기준 4조원 가량으로 집계된다.
또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보험사 6곳은 23조원 규모의 AA- 이상 채권을 보유해 이를 담보로 한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이번 특별대출이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맡기면 담보물의 인정가액 범위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회사채 시장 등에 신용경색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불안 심리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임시 금통위는 조동철·신인석·이일형 위원이 참석하는 마지막 금통위가 됐다. 조 위원 등 3명은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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