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연속 50만명씩 늘던 취업자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자마자 단번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외부 충격에 쉽게 사라지는 질 낮은 일자리로 채워졌던 고용시장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고용시장의 충격은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는 일자리가 불안정한 임시·일용직과 식당 종업원, 마트 직원 등 취약계층부터 헤집어놓기 시작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6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 5월(-24만명)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특히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3월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3월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9만4,000명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 이후 21년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16만8,000명 감소하고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10만9,000명 줄었다.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등으로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전년보다 10만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관광업 비중이 높지 않고 제조업 기반 국가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경제적 충격에 강한 구조이지만 예상보다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며 “경제충격이 고용시장에 반영되는 속도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취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일을 잠시 쉬는 일시휴직자와 취업을 포기한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는 등 실업대란 전조 현상이 감지되기도 했다. 실업대란 등 본격적인 고용침체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휴업·휴직 등이 늘면서 3월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363.4%(126만명)나 폭증했다. 1983년 7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사상 최대 규모다.
잠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급여를 못 받더라도 복귀가 확실하면 취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고용사정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도 236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6만6,000명(18.3%) 늘면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일할 능력이 있지만 취업을 포기한 채 그냥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말한다. 일시휴직자와 ‘쉬었음’ 인구는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은 4.2%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일시휴직자 등이 실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실제 고용상황은 통계에 잡히는 것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고용충격이 서비스업에서 수출 제조업까지 전파될 가능성도 높다. 임시·일용직뿐 아니라 비교적 안정적인 상용직마저 흔들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근에 늘어난 일시휴직자나 ‘쉬었음’ 인구는 상당수가 잠재적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실업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약효가 금방 떨어지는 긴급재난지원금보다 고용촉진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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