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70년대생의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센터장 자리로 올라서면서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연말 키움증권 센터장으로 부임한 김지산(사진) 센터장이 있다. 김 센터장은 197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한화증권에 입사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7년 키움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뒤 지난해 12월 말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됐다. 센터장을 맡은 그는 업종별·섹터별 변화를 협업 보고서를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증시와 관련해 당분간 코스피는 변동성이 큰 박스권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 19) 이후 변화될 세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언택트(untact, 비대면)’, 헬스케어, 기후리스크 등과 관련한 업종 및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 19 충격으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최근 빠르게 회복했다. 현 시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 우선 코로나 19의 확산 국면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 이번 주(4월 둘째 주) 확진자 수가 둔화되면서 코로나에 대한 기본적인 공포는 완화될 것으로 본다. 한국 증시가 그 동안 조정폭이 컸던 것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우려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 19에서 확연하게 벗어나는 과정이고 한국도 경제적 활동이 재개되는 국면에 있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극단적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반등이 빠르게 나타났다.
-앞으로 코스피 어떻게 예상하나.
: 변동이 큰 박스권으로 본다. 분명 거시지표는 좋지 않을 것이고 기업들의 실적 하향은 2·4분기 내내 이뤄진다. 반면에 이와 맞설 수 있는 것은 주요국 정부의 재정정책과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풀린다는 거다. 여기에 올 하반기 경기 부양에 따른 이연수요가 더해진다. 그렇다고 보면 향후의 모습은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황과 경기 부양이 맞서는 힘겨루기 국면이 될 것이다. 그래서 변동성이 크면서 박스권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 활동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이 올 2·4분기 중후반이라고 본다면 그때부터 반등의 방향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의 경기 전망은 V자, W자. U자, L자 등 엇갈린다.
: 우리는 ‘U자’형이 될 거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경제 여건은 U자 흐름으로 바닥 다지면서 하반기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월별로 보면 4월이 가장 좋지 않을 시기다. 미국 유럽 인도까지 주요국 폐쇄정책이 이어졌다. 물류 이동이 차단이 되고 수출 등의 여건이 원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5월부터 활동이 재개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조금씩 부진에 벗어날 수 있다. 2·4분기는 충격이 흡수되는 과정으로 예상한다.
-코스피 바닥을 찍었다고 봐도 될런지.
: 상당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적어도 코스피 1,400대는 힘들 것으로 본다. 코로나 공포 자체가 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의 전격적이고 파격적 대응은 잘 한 것이 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6개월 동안 (미국 증시)가 약 50% 하락했는데 이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시기별 단계별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단기간에 대규모로 정책을 내놨다.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측면이었다고 본다. 코스피가 1,400대까지 빠지는 시장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순 없다. 대표적인 게 변수가 저유가다. 저유가가 지속하면 미국 셰일 기업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부각할 측면은 있다. 상상하기 싫지만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가정하면 1,4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동학 개미운동’의 성적, 어떻게 될까 .
: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보면 성공할 가능성 있다고 본다. 특히 개인들이 우량주 중심으로 매수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증시가 급락한 후 지수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 개인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것은 수급적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다. 다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일부 펀더멘털이 확인되지 않은 종목들, 테마성에 기대어 일종의 ‘묻지마’ 성격의 단기적 매매 패턴은 지양하는 것이 옳다.
-삼성전자 주가 어떻게 전망하는지.
: 최근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세간의 우려보다는 좋다고 본다. 원격 교육과 재택 근무 등으로 서버용 디램(DRAM) 수요가 좋다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걱정되는 건 스마트폰 쪽이다. 스마트폰은 사치재 성격이 강하고 경기 민감도가 크다. 그래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 수요가 프리미엄 분야에서 보급폰 쪽으로 전환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모바일 디램과 낸드플래시 쪽은 수요가 약하고 실적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올 2·4분기는 삼성전자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구간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최악의 상황은 넘어가고 있다는 거다.
-코로나 19는 이제 증시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느낌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코로나 어떻게 대응하는 게 맞나.
: 코로나 사태는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 종착지에 다다르는 건 시간 문제다. 물론 빠른 시간 안에 종식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확진자는 분명 둔화되고 치료제도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코로나는 세상을 많이 바꿔 놓을 거다. 뉴노멀(New nomal)로 자리 잡을 거다. 이런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 건강관리, 기후변화 등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언택트’ 측면에서 보면 콘텐츠와 플랫폼에서 두각을 나타나는 기업에 주목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이나 넷플릭스, 아마존 등 온라인에 기반에 둔 기업의 장악력이 더 커진다고 본다. 건강 바이오 분야는 진단 기술, 위탁 생산 등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대표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전기차다. 앞으로 전기차의 성장성은 더 부각될 거다. 또 한가지는 코로나 이후 기업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본다. 우량기업과 그렇게 못한 기업 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또 코로나가 앞당길 디지털 경제는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격차가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유가 투자 많다. 원유 시장 어떻게 흘러갈까.
: 현 20달러 선인 현 시장의 흐름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합의가 있었는데 코로나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의미가 없는 감산폭이다. 코로나 19가 모든 걸 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수요는 구조적으로 침체하고 있다. 이를 테면 추가 감산과 같은 특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간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리서치센터 조직 새롭게 맡으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 가장 긍정적 변화는 협업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사실 애널리스트들은 개인별 개성도 강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바뀌는데 기존대로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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