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자전거 수요가 급감해 오다 올해는 미세먼지가 없다시피 하면서 다시 수요가 늘고 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혼자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인 자전거 타기가 붐을 일으키며 깜짝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미세먼지가 사라지면서 특수를 기대했던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울상이다.
20일 자전거와 가전업계 등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024950) 매장에서는 어린이용 자전거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수서점 대리점주는 “성인용 자전거 재고는 꽤 있지만 어린이용 자전거는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미세먼지 없는 날이 많아지면서 어린이용 자전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서점의 3~4월 판매량은 작년 동기대비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자전거 강북 삼선동 대리점주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찾는 고객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점주는 “어린이용 자전거는 본사에 주문을 아무리 넣어도 확보가 안될 정도”라며 “물건이 없으니 오는 고객들에게 양해만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용 자전거 품귀 현상은 자전거 업체들의 수요예측이 빗나가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와 미세먼지 감소 등의 변수를 자전거 업체들이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작년 판매량을 기준으로 생산량을 더 줄인 결과라는 것이다. 자전거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자전거 판매 감소에 따라 생산량을 적게 잡았는데 미세먼지가 사라져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어린이용 자전거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작년보다 전체 판매량은 소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로 무섭게 성장한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울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공기청정기 매출액이 600% 가까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호나이스를 비롯해 웰스, 현대렌탈케어, SK매직, 코웨이(021240), 신일전자 등 공기 청정기 렌탈 및 판매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황사 발생 일수가 줄어 매출에 약간의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기청정기 업체들은 인기 스타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거나 렌탈료 할인 등 혜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청호나이스는 ‘미스터 트롯’ 진을 차지한 임영웅을 새 광고 모델에 기용했고, 현대렌탈케어는 신형 공기청정기 ‘큐밍 더 블레이드 31형’을 빌리면 7개월 렌탈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 마케팅을 펴고 있다. /연승·박호현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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