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한 각종 원유 투자상품을 대거 사들이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도 마구잡이식 유가 ETF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멈추지 않는 국제 유가 급락에 원유 상품의 가격이 고꾸라지고 있는데다 원자재 시장의 구조와 상품설계는 복잡하다는 게 투자 주의보를 알리는 이유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이달 21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U.S OIL FUND ETF’를 총 7,358만달러(908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고판 미국 주식 중 순매수 기준으로 상위 10위에 해당하는 종목이다. 이 ETF는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고 산유국들이 감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출렁이자 반등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달려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건 글로벌 현상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이 펀드에 유입된 투자금은 약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중 상당수 금액이 최근 몇 주 사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품은 개인(리테일)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이 높다.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국제 유가 급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달 20일(현지시간) WTI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21일 6월물 WTI도 전날보다 배럴당 43.4%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ETF의 가격도 같은 날 25.07%의 추락을 경험했다. 원유 시장의 불안감이 줄지 않자 이 ETF의 운용사는 운용 방식을 변경했지만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원유 상품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존 데이비 에스토리아 포트폴리오 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전문매체 CNBC에서 “리테일 투자자들은 원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ETF를 그냥 산다”며 “하지만 그들은 상당히 복잡한 가격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품 시장 움직임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없이 시간이 지나면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꼬집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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