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 1·4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표정이 밝지 않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데다 지난해 D램 가격 폭락으로 재무 구조도 악화돼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올 1·4분기에 매출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 시점이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41% 줄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239% 늘었다. 증권가 영업이익 전망치가 5,000억원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깜짝 실적은 D램·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ASP) 상승 및 원가절감 덕분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하는 D램 가격은 이번 분기에 3%,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낸드플래시 가격은 7% 각각 상승했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따라 출하량이 직전 분기 대비 12% 늘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부문은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4·4분기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D램은 10나노 2세대(1y) 공정 전환에 따른 수율 향상으로 원가를 낮췄으며 낸드플래시 또한 96단 제품의 판매량 증가로 원가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SK하이닉스는 64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1y 공정으로 생산한 모바일 D램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1y와 10나노 3세대(1z) 공정으로 생산한 제품 비중을 40%대까지 끌어올려 수익성을 늘리고 그래픽용 GDDR6와 고용량 데이터 센터용 HBM2E 등의 D램 공급량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4분기다. 각국 공장 셧다운이 소비 여력 감소로 이어져 스마트폰·PC 등 메모리반도체 최대 고객사의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꾸준하다. SK하이닉스 측은 서버용 반도체 수요에 기대를 걸지만 각국의 인력 이동 제한 등으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증설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반도체 출하량이 지난해 6%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반도체 출하량 2년 연속 감소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YMTC가 올해 말 128단 낸드 플래시 양산을 선언하는 등 중국 업체의 계속되는 추격으로 일정 수준의 투자 집행을 통한 기술 격차 확보 방안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
재무구조 개선도 시급하다. SK하이닉스의 올 1·4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7,420억원인 반면 차입금은 12조4,160억원에 달해 순부채 규모가 7조6,740억원이다. 지난 2018년 말 순현금이 3조874억원이었다는 점에서 15개월 만에 10조7,614억원이나 감소한 셈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올해 설비투자액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반도체 경기 호황에 대비해 최근 3년간 연평균 13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것이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경기악화로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채임자(CFO)는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향후 5G와 서버 중심의 성장 모멘텀이 왔을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혁신과 인프라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 19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연간 가이던스(전망치) 제시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철민·변수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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