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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이 배·부두에 산더미처럼 쌓여 간다”...곡소리 나는 車부품

북미·인도공장 5월4일까지 스톱

내수로 겨우 버텨도 한계 뚜렷해

신보 예산 늘려 보증 확대 절실

북미, 인도의 자동차 공장이 5월4일까지 셧다운 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울산 현대차 부두./서울경제DB




경기도 김포에서 자동차 변속기 부품 등을 만드는 연 매출 200억원의 A사 김 모 사장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해외 매출이 최근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매출이 반 토막 아래로 내려갔다. 김 사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의 2차 벤더에 주로 납품하는데 미국 공장이 멈추면서 3월 중순부터 물량이 줄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완전히 제로”라며 “아직은 월급만 깎고 직원 100여명을 다 붙들고 버티고는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상태가 석 달만 계속되면 부도도 피하기 어렵다”고 한숨 지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가 나서서 자동차 등 기간 산업에 40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전혀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 인도 공장 등 해외 생산 시설이 한 달 보름 가량이나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내성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부품들이 선적된 배에 묶여 공장으로 이동도 안되거나 용케 공장으로 운송이 돼도 공장 가동 중단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 처한 부품업체가 부지기수다. 부품이 이렇게 막혀 있다 보니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없다. 한 중견 부품 업체 임원은 “부품 공급이 원활할 때는 무역금융도 가능하고 수주 발생으로 인한 자금 대출도 되는데 지금은 이런 게 다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수출의 75%가 해외에 있는 우리 공장의 조립용이고, 나머지 25%는 해외 완성차 업체로 나간다”며 “그런데 북미, 인도 공장 등이 오는 5월 4일까지 다 멈춰 서니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부품 업체의 가동률 하락은 심각하다. 수출의 빈자리를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내수로 채우고 있지만 이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에서 직원수 200명의 부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사장은 “그간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물량을 서둘러 만들면서 근근이 버텨왔는데 이제는 재고 물량 생산도 조만간 끝난다”며 “이달 하순부터는 일주일에 3일 가량만 라인을 돌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차 벤더가 이 정도면 2·3차 벤더는 말할 것도 없다”며 “공장 가동률이 30~40%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품업계에서는 매출이 수백억 이상 되는 곳은 석 달, 200억원 밑으로는 두 달이 마지노선이 될 것이란 말도 나돈다. 한 업체 임원은 “만기도래하는 채무 연장과 운전자금이 말라가는 게 문제”라며 “은행권에서 면책이 된다고 해도 대출을 잘 안 해준다”고 답답해했다.

부품 업계에서는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대규모 보증 지원을 원하고 있다. 기존 법체계에서는 신보 등이 1개 기업에 30억원만 지원이 가능한데 상당수 부품기업이 중견기업이 만큼 지원 체계 개편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정부가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통해 신보가 지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보에 보증 관련 예산을 1,000억원만 늘려도 이것의 최소 10배인 1조, 많게는 20배인 2조까지 보증 지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내수로 버터 봐야 한계가 뚜렷하다”며 “지원과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투-트랙으로 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실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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