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양자 아포칼립스 막을 '암호 방패' 국내 개발 성공

수리연, 양자컴퓨터로도 못 뚫는 알고리즘 개발

'다변수 이차식문제 기반 공개키 암호'기술 발표

자율차, 웨어러블, 블록체인 등에 적용 가능할듯

수리연이 개발한 양자내성 암호의 비밀키 형태를 소개한 그림/자료=수리연




#2040년대 어느 날 전세계에 디지털 테러대란이 터졌다. 절대로 안전하다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정보보안 시스템들이 줄줄이 해킹당했다.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된 은행서비스와 상거래 업무가 대혼란에 빠지고, 자율주행자동차 교통관제시스템과 도시 곳곳의 사물인터넷(IoT)기기들이 오류를 일으켜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 같은 테러를 자행한 신원불상의 다국적 해커그룹은 자신들이 양자컴퓨터로 모든 디지털보안을 뚫었으며 앞으로 2차·3차 테러를 시도하겠다고 예고해 국제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자칫 불러올 수 있는 디지털 아포칼립스를 가상한 시나리오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상으로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보다 최대 수억배 이상 빠른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슈퍼컴퓨터가 몇백년간 풀어야 할 문제를 불과 수초만에 끝낼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이 개발하려는 양자컴퓨터가 이런 성능을 지향한다. 현재 구글이 확보한 양자컴퓨터의 데이터처리성능은 53큐비트(qubit)이며 최종 목표는 2,000큐비트다. 중국도 2030년 최대 1000큐비트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런던왕립대학의 컴퓨터공학자인 드라고스 일리에 교수는 양자컴퓨터 성능이 1,500큐비트 이상이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대부분의 금융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컴퓨팅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디지털보안의 최대 위협으로 다가오자 방패 역할을 할 암호기술 개발에도 전세계적인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연구진도 양자컴퓨팅도 뚫지 못할 암호기술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암호기술연구팀이다. 개발에 성공한 기술명은 ‘다변수 이차식 문제 기반의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이다.

기존의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RSA, ECDSA 등)은 소인수분해 및 이산대수 방정식에 근간을 두고 있는데 이는 양자컴퓨팅 기술인 ‘쇼어 알고리즘’으로 풀 수 있다. 반면 수리연이 개발한 암호 알고리즘은 소인수분해 및 이산대수 방정식에 근간을 두지 않아 쇼어 알고리즘으로는 풀기 어렵다. 해당 다변수 이차식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없으면 사용자의 전자서명값을 절대 위조할 수 없어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게 수리연의 설명이다.



이처럼 양자컴퓨터로 풀기 힘들도록 개발된 암호기술들을 통칭 ‘양자내성 암호’라고 한다. 이번에 수리연이 개발한 양자내성 암호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는 고성능의 중앙연산처리(CPU)가 필요 없다. 따라서 저성능의 CPU를 탑재한 웨어러블, 드론 등 경량의 사물인터넷기기(IoT)에도 적합하다. 실제로 해당 기술을 8-비트(bit) 수준의 CPU기기에 적용해보니 공개키 암호 속도가 국제표준보다 30배 이상 빨라졌다는 게 수리연측 설명이다.

수리연은 “현재 공개키 암호를 거의 외산암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인증, 무결성, 부인방지 기능을 제공하는 우수한 국산 공개키 암호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진이 개발한 암호알고리즘은 향후 자율주행차, 무인비행체, 착용형 스마트 기기, 스마트 제조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기기인증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에 적용되고 있는 국제표준 전자서명인 ESDSA를 대체할 ‘양자내성 블록체인’의 설계도 이번 개발 기술 덕분에 가능해질 것으로 수리연은 내다봤다.

해외에선 이미 선행 기술들이 개발되기도 했다. 일명 ‘격자 기반 전자서명 알고리즘(BUSS-BI)’, ‘다변수 이차식 기반 전자서명 알고리즘(Rainbow) 등이다. 수리연이 개발한 암호기술은 이들 선행 양자내성 암호보다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심경아 수리연 암호기술연구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암호알고리즘의 국내 표준화를 추진하여 외산 암호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고, 나아가 양자 컴퓨터 시대를 대비한 국산 암호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IEEE 사물인터넷 저널(IEEE Internet of Thing Journal)’ 4월호에 게재됐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