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 것”이라면서도 “장기로 가져가겠다면 찬성”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 2주년 출입기자 간사단 간담회를 갖고 “‘동학개미군단’은 이름을 너무 좋게 지어줬다”며 “롱런(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는 돈을 벌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아니다”며 “투자의 기본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주가가 떨어졌으니 장기로 가져가겠다고 하면 찬성”이라고 덧붙였다.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이 떨어졌으니 투자를 하고 이를 최소 수년동안 장기로 보유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단기 시세차익을 위해 개인 투자자가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원유ETN·라임 등 금융사가 중수익 상품으로 유동성 흡수했어야=원유 상장지수증권(ETN) 투자 손실 문제에 대해 윤 원장은 “한국에 연금자산 등 유동자금이 많고 금리는 낮아지는데 부동산도 못하게 억제를 하니 돌파구가 필요한데, 금융사들이 못 받쳐 주고 있다”고 짚었다. 원유ETN 뿐만 아니라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모두 금융사들이 중수익 상품을 고안해 유동성을 흡수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금융사들이 중수익 상품을 만들어서 유동성을 받아줘야 하는데 자본시장, 금융투자사 등에서 그런 상품을 못 만들고 은행도 이에 말려들어 불완전판매에 말려드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DLF 은행장 제재, 과거 돌아가도 같은 결정 내릴 것=윤 원장은 DLF 사태와 관련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결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렸는데,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뜻이다. 그는 “저성장·저금리에 소비자들은 고수익을 원하고 금융사들이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며 “그런 경향이 일반화하는 것은 곤란해, 금융사에 메시지는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DLF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손 회장에 DLF 관련 내부통제를 마련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이후 금융사 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징계 권한이 금감원장에 있는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한 것이었는데, 시장에서는 ‘그래도 최고경영자(CEO) 거취를 결정하는 문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사를 한 검사가 판사 역할까지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주어진 제도 틀 안에서 한 것”이라며 “제도를 바꾸는 것은 내 선택(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제도를 바꿀 권한은 금융위 등에 있고, 금감원은 현재 존재하는 제도 하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란 뜻이다. 윤 원장은 “한국금융이 과거부터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금감원 결정이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까지 올라갔는데 전체적으로 큰 흐름은 다 인정이 됐다”며 “그걸 갖고 비판을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라임 배드뱅크, 5월 설립, 제재 절차 6월 시작=라임 사태에 대해서는 펀드이관 전담회사(배드뱅크)를 5월 중에는 참여회사간 이견이 조정돼 설립될 것으로 봤다. 윤 원장은 “금감원 분쟁조정 담당 부서에서 합동 조사를 하고 있고 이번주 중 마무리될 것”이라며 “제재 절차가 시작하는 시기는 빠르면 6월”이라고 설명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 윤 원장은 “많이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문제 제기를 잘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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