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무역수지마저 9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 투자가 얼어붙고 내수소비가 둔화되면서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경기쇼크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현 추세라면 4월 수출은 월별 감소폭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4월 무역수지는 지난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4월 수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는 반면 수입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다”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35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수소비에 대해 “3월 중하순 이후 국내 확진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축소되면서 관광·여행 관련 지표를 제외한 이동지표나 음식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소비 감소폭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며 “2~3월 급격한 부진 흐름은 다소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전망도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서비스업 생산은 2월(-3.5%)에 이어 3월에도 4.4% 줄어들면서 2000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비스 업종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숙박·음식점업이 17.7% 급감했고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1.0% 주저앉았고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소비패턴 변화로 백화점 판매액은 36.9%, 대형마트 판매액은 8.5% 줄었다. 현재와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는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6포인트 떨어져 2008년 2월(0.6포인트) 이후 12년1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현재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2포인트 하락해 2008년 12월(1.2포인트) 이후 11년3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산업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내린 51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극심했던 2008년 12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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