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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믿을 건 반도체"...올해도 설비투자에 20조 이상 쏜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6.4조]

현금 113조 보유 실탄도 충분

공정전환 등에 집중 투자 계획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도 박차

디스플레이 등은 코로나 '불똥'

올 전체 실적은 뒷걸음 가능성

삼성전자가 지난 2월부터 화성사업장에서 본격 가동에 들어간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부의 어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IM)·소비자가전(CE)·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핵심 사업부 중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 매출 중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올 1·4분기 사상 처음으로 25%를 넘어서는 등 반도체 포트폴리오가 한층 단단해지고 있어 코로나19 위기 속 삼성전자가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1·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 1·4분기에 서버 수요 강세가 나타났는데 이 같은 현상이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메모리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분기별 투자 운영으로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최근 설비투자액 감축을 공식화한 SK하이닉스(000660)와 달리 견조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난 113조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20조원 이상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쏟아부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2017년 27조3,456억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23조7,196억원)과 2019년(22조5,649억원)에도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올 1·4분기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지난해를 뛰어넘는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1년여 동안 D램과 낸드 플래시 재고 소진에 주력해온 만큼 올해에는 공정전환 및 시스템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0나노 1세대(1x) 공정을 2세대(1y)와 3세대(1z)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적용한 4세대(1a) 공정 기반의 D램 양산도 앞두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한세대씩 업그레이드 될수록 웨이퍼 하나당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량은 20~30% 늘어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1,104억달러 규모에서 2022년 1,71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시장 전망도 밝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투자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에 시스템 반도체 사업 부문으로만 역대 최고인 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스템LSI부문은 1억800만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비롯해 5G 통신칩 통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980’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코어로 AI 연산 성능을 강화한 ‘엑시노스 990’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대만의 TSMC를 맹추격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업계 최초로 EUV 기반의 반도체를 양산하는 등 특유의 ‘선단공정’을 바탕으로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낸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공급하며 1대당 가격이 1,500억원 이상이라 막대한 자금력이 필수다.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기존 계획대로 증설과 공정전환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는 EUV 미세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기타 사업부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콘퍼런스콜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도전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며 현시점에는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영향은 또 얼마만큼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실적 견조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전사적으로는 향후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CE 부문은 각국의 셧다운 조치에 따른 공장 가동 어려움 외에 베스트바이 등 주요 판매처의 운영 차질 등으로 큰 폭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IM 부문은 각국의 5G 네트워크 도입 시점 연기와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등으로, 디스플레이 부문은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따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감소 등으로 각각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OLED는 신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IM 부문은 신규 스마트폰 출시 및 5G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CE 부문은 국가별 효율적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마이크로LED나 8K TV, 뉴라이프스타일 가전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견조해 모바일 수요 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보이며 디스플레이는 별도 수요가 없어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 악화 우려가 높지만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양철민·변수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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