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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사라진 사장님…코로나에 늘어나는 ‘투잡족’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소비심리 안풀려

미술학원 원장 부업으로 밤에 도장 파고

실용음악학원·렌터카 사장은 새벽 배송

경기악화에 본업 유지 위한 '투잡족'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 종로의 한 업체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30대 한모씨는 최근 밤이 없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강생이 줄어들자 부업으로 도장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벌이가 크진 않지만 한씨는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생각하면 집에서라도 편히 쉴 수 없다. 그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한 달 반 넘게 휴원하고 다시 문을 열었지만 줄어든 학원생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밤을 잊은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입이 급감하면서 해가 진 뒤에도 심야 부업을 뛰기 때문이다. 정부는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늘리고 있지만 업주들은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하다’고 말한다.

지난 29일 찾은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30대 박모씨는 지난달부터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박씨는 “매달 700만원에 달하던 매출이 최근 3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새벽 배송으로 사정이 크게 좋아지진 않겠지만 월세와 강사비를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겠더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처럼 새벽 배송을 찾는 ‘투잡족’이 늘면서 1건당 1,800원이던 배송료는 지방의 경우 1,000원 이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늘자 정부는 현금·세제 지원부터 대출 규제 완화까지 다양한 자구책을 내놨다. 업주들은 정부의 대처에 한시름을 덜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물류센터를 찾은 렌터카업체 사장 50대 A씨도 “코로나19 전부터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줄며 어려웠는데 내수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언제까지 밤을 새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27일 발간한 ‘2020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는 ‘투잡족’ 비율은 2018년 8.1%에서 지난해 10.2%로 증가했다. 근로시간 단축 등의 원인 외에도 경기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됨에 따라 4월까지 집계된 투잡족은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정부가 돈을 풀어도 시민들은 저축에 더 힘을 쓴다”며 “일회성 처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고용시장 변화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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