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시차를 두고 육군 항공장교의 길을 선택한 부자(父子)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항공장교로 33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곧 전직지원교육을 앞둔 육군시험평가단 감항인증실 소속 오병남 준위(52)와 얼마 전 항공장교가 된 7군단 17항공단 소속 오정환(26) 대위(진)다.
아버지인 오 준위는 지난 1987년 부사관으로 입대해 특전사에서 4년간 근무한 후 항공장교로 선발돼 야전에서 코브라 헬기 조종사와 항공학교 비행교관을 거친 베테랑 조종사다.
오 준위는 1996년 9월 강릉대침투작전을 비롯해 다수의 작전과 재해재난 현장에서 활약해 왔으며, 지난 4월 5,000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33년간의 군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오 준위는 2000년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무월광 취약시기 항공작전을 수행하던 중 엔진 내부 기어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해 불시착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때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과 조치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위기상황에서 우수한 비상조치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항공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한 조종사나 정비사에게 수여하는 ‘웰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들 오 대위는 지난 해 항공장교로 선발되면서 아버지와 함께 군인이면서 조종사라는 같은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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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위는 어린시절부터 코브라 헬기 조종사인 아버지로 인해 줄곧 항공기 엔진 소리를 듣고 자라며 군에 대한 친숙함이 몸에 뱄다. 하늘을 누비는 조종사 아버지의 멋진 모습이 그를 자연스럽게 군인과 항공장교의 길로 들어서게 했고, 아버지와 동일한 기종인 코브라 헬기를 조종하게 됐다.
오 준위는 “아들이 연이어 직업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마음이 뿌듯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33년간 경험한 항공장교의 삶이 그만큼 녹록치 않기에 걱정도 앞섰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군인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몸소 보여주신 아버지가 있었기에 저도 항공장교로서 큰 꿈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됐다”며 “대를 이어 대한민국의 군인으로서 숭고한 사명을 이어갈 수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항공장교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는 7월 전직지원교육을 앞둔 오 준위는 현재 육군 시험평가단에서 감항인증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감항인증은 군에 전력화되는 항공기에 대해 안전설계의 적합성을 평가하고 비행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비행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감항인증 업무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자격을 부여받아야 하는 항공기술 전문분야로 현재 오 준위를 포함해 16명이 육군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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