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신규 건립 후보지로 선정됐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광보다 100억배 강력한 빛으로 ㎚급의 극미세 차원을 1,000조분의1초까지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슈퍼현미경이다. 따라서 청주에 완공시 이른바 K바이오·K반도체·K첨단소재 분야에 ‘날개’를 달아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선정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90.54점을 얻은 청주시가 후보지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는 전남 나주시(87.33점), 강원 춘천시(82.59점), 경북 포항시(76.72점)도 뛰어들었으나 지난 6일 나주와 청주로 후보지가 압축됐다. 이어진 7일의 현장조사에서도 지역균형발전론을 내세운 나주는 뛰어난 산업·연구 인프라와 교통입지를 가진 청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등을 거쳐 오는 2022년까지는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이번 다목적방사광 가속기 구축으로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13만7,000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4년 포항에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한 후 2016년 4세대도 완공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청주에 4세대를 추가로 구축하려는 것은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가 꾸준히 늘어 기존 설비로는 이를 충족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항의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는 연인원 기준 약 4,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김재영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완공 이후 매년 1~2개 빔라인씩 증설돼왔음에도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 포화상태다.
이런 가운데 청주시가 사업비 1조원 규모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신규 건설 후보지로 낙점된 것은 탄탄한 배후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사광가속기 이용 수요가 많은 바이오산업클러스터 및 연구기관들이 충북 오송과 대전 대덕에 밀집해 있어 청주에 가속기가 들어서면 협업연구를 하기 편리하다. 또한 주요 반도체 및 소재 기업들 역시 수도권에 포진해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신청지역보다 충북 지역에 가속기를 구축하는 것이 이용자의 접근편의 측면에서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주여건, 건설 부지의 지반 안정성,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조달 가능성과 협력 역량 등에서도 청주시는 두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먼저 기재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 효율성이 검증받게 되는데 과학계 일각에서는 중복투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4세대 구축 후보지 선정 과정을 봐도 과기정통부가 3월17일 사업계획과 부지선정기준안을 발표한 후 불과 52일 만에 청주가 후보지로 최종 선정돼 대규모 사업을 너무 짧은 시간에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과제는 국산화율 향상이다. 기존의 포항 4세대는 70%대까지 국산화율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전히 핵심 기술과 부품은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포항의 3~4세대 가속기를 통해 쌓은 최장 26년의 노하우가 단절되지 않도록 이번 사업에도 경험이 적극 반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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