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꼽힌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협력을 다짐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 그룹의 총수가 사업을 목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이날 삼성SDI(006400)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하는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으로 알려졌다. 손님을 맞는 삼성그룹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참석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사업장을 방문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양사 경영진은 우선 전지동 임원회의실에서 삼성SDI 및 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글로벌 전고체배터리 기술 동향과 삼성의 전고체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관해 설명을 듣고, 서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후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선행 개발 현장도 살펴본다.
앞서 삼성종합기술원은 최근 ‘네이처 에너지’를 통해 한 번 충전하면 800㎞까지 주행이 가능한 전고체전지 혁신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전고체 전지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안전성과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 배터리 대비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 전동화 모델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기아차 전동화 차량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양산 예정인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으며, 5년간 약 50만대 10조원 규모로 발주를 넣을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삼성SDI가 기존 거래선인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새로운 계약을 따내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전기차 산업은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집중 육성을 약속한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하여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양 그룹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차원으로 이번 만남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화돼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 하나”라며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양사 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민·김민형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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