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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107>와인딩 처돌이들의 속리산 말티재 투어

■피반령-말티재-구녀산-엽돈재까지 당일 정복!

말티재의 아름다운 헤어핀(총 12구비)




날이 참 좋은데 멀리 갈 수는 없고, 5월 초 연휴도 조금 허무하게 흘려보냈습니다. 연초에만 해도 일본 투어 한번 가볼까 싶었는데 전혀 불가능한 일이 될 줄은 몰랐죠. 조금 삐뚤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저는 훌륭한 시민이 되고 싶으니깐요...


그래도 하루 정도는 바이크를 타자 싶었습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말티재’를 메인으로 코스를 짜 봤습니다. 충청북도 보은의의 속리산 와인딩 코스로 유명한 바로 그 말티재입니다.

말티재라는 이름의 유래는 확실치 않은 듯하지만 ①조선시대 세조가 요양을 위해 속리산에 행차할 때 이 곳에서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타면서(말에 태움) 고갯길의 이름이 생겼다는 설 ②마루(높다는 뜻)->말->말티재(높은 고개)로 변형됐다는 설 등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래야 어쨌든, 이미 고려 태조왕건 때부터 임금의 행차를 위해 길을 닦았다(동국여지승람)고 하네요. 저는 기억력이 나빠서 역사를 잘 모르지만 말티재가 하도 좋았어서 수고를 좀 들여봤습니다.

말티재 항공뷰/사진=보은군 홈페이지


보은군에서는 풍경이 워낙 수려한 데다 나름의 스토리까지 갖춘 말티재 일대를 관광명소로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전망대에 짚라인, 그리고 가까이 위치한 원정리 느티나무와 법주사까지 깨알같이 다 갖춘 지역으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보은군청 홍보대사처럼 쓰고 있는지 스스로도 의문스럽긴 하지만 정말 가볼만한 곳이니 납득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내비 없이는 길을 못 찾는 인간이기 때문에 말티재 정상쯤에 위치한 ‘말티재 꼬부랑길 카페’를 목적지로 설정했습니다. 내비 앱에 따라 바로 검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금방 주소(속리산로 477)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꼬부랑길 카페까지는 약 180㎞. 그런데 그냥 내비 따라 가면 심심할 수도 있으니까 중간에 또 다른 보은의 유명 와인딩 코스, 피반령도 끼워넣어 봅니다.

피반령 코스


중간에 막국수도 한 그릇 먹고 부지런히 봄길을 달렸습니다. 워낙 햇빛이 짱짱하고 하늘이 파랬던 날인데, 요즘 한국 기후가 대체로 그렇듯 여름 같은 더위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몰려왔습니다. 낮 12시가 넘어가자 헬멧 속으로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편의점을 찾아 차가운 음료수를 들이키고, 라이딩재킷 내피와 바람막이 등등을 벗어 던졌습니다. 전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에 혹시 모를 추위가 무서워 무려 열선조끼까지 입고 나갔는데, 그 역시 고이 가방 속으로 모셔드렸습니다.

12구비나 이어지는 말티재 헤어핀을 돌고 나면 보은군에서 새로 지은 ‘백두대간 속리산관문’을 통과하게 되고, 곧바로 주차장이 나옵니다. 바이크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가면 관문 안에 말티재 꼬부랑길 카페와 전시공간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사진=보은군 홈페이지




그리고 속리산관문은 올해 2월 완공(됐으나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홍보조차 못한)된 말티재 전망대로 이어집니다. 높이 20m의 전망대에서는 말티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높이가 꽤 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강풍이 휘몰아치기도 합니다. 전망대에 상주하시는 직원 분께서 모자를 조심하라며 친절하게 사진도 찍어주십니다. 워낙 익숙하신지 말티재가 잘 나오는 각도, 푸른 하늘이 가득 펼쳐지는 각도로 몇 장이나 찍어주셨습니다.

직원분의 정성이 느껴지는 사진


전망대에서 삐죽 튀어나온 포토스팟은 강풍과 올라선 사람들의 무게로 조금씩 흔들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지고 있어서 좀 무섭더군요.


말티재에 도착하기 전까진 전망대의 존재를 아예 몰랐습니다. 그래서 말티재가 끝나기 전 굳이 일행들을 멈춰세우고 사진을 찍느라 법석을 떨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처럼 귀찮게 바이크를 세우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아무리 손을 높이 뻗어도 말티재 헤어핀이 잘 안 나오는 각도


그렇게 말티재의 풍경을 즐기고, 이제 귀갓길입니다. 역시 그냥 가면 심심하니까 돌아가는 길에는 충북 진천의 와인딩 코스 엽돈재를 경유지로 끼워넣었습니다. 그렇게 달리면 구녀산 와인딩 코스를 지나치게 되는데, 그 길이 또 훌륭했습니다. 평화로운 논밭, 스릴 넘치는 와인딩코스, 차분한 저수지뷰 등등이 잇따라 펼쳐집니다. ‘초정약수’로 유명한 초정리의 느긋한 풍광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녀산 와인딩 코스(이름 모름)


서울에서 안성 즈음까지는 상당히 지루한 길이 이어지지만 안성 금광호수부터는 온전히 라이딩만 즐기면 됩니다. 그렇게 와인딩 처돌이들처럼 하룻동안 열심히 쏘다니고 귀가하니 세상 뿌듯하더군요. 바이크로 숨통 트이는 날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길 바래봅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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