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삼성자산운용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ETF 운용방식 변경에 대해 줄소송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월물교체 직전 해당 사안에 대해 삼성자산운용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투자자들이 운용사가 자산 구성 변경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부분을 비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한 후 결정된 사안이라면 소송을 진행하는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 기자간담회 직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삼성자산운용이 원유선물 ETF의 자산운용방식을 변경하기 직전에 금융당국과 사전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소송 사안에 대해 금융 당국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운용사가 기초자산의 롤오버 문제로 최근 월물에서 근월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를 진행했으며 당국과 협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당국에서도 이에 대해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투자자들은 운용사가 투자설명서에 기재한 것과 다르게 투자방식을 변경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해 집단 소송을 맡은 유웅현 법무법인 오현 대표 변호사는 “해당 상품의 투자설명서에 따라 6월물을 담고 있었으나 아무런 사전 공시 없이 6월물 일부를 7·8·9월물로 변경해 6월물 상승을 기대해 추격매수를 진행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유 변호사는 투자자 220명을 모아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운용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운용사가 운용방식 변경 직전에 금융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했다면 소송은 투자자들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운용사 측은 “월물교체가 투자설명서상 문제없이 진행됐으며 사전공시를 악용한 투자자들의 선행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입장인데 금융당국과 사전에 협의된 사안이라면 운용사의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다만 운용업계에서는 사전 공시는 투자자들과 운용사 간 신의의 문제인 만큼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국내 대형자산운용사 ETF 담당운용역은 “워낙 의사결정 상황이 급박해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과정을 생략했을 것”이라면서도 “법률적 문제가 없을지라도 투자자보호나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는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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