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이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혁신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에 방점을 찍은 환경부 등 부처 간 정책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는 포스트 코로나의 핵심으로 비대면과 디지털을 축으로 한 한국판 뉴딜계획을 내놓았지만 당청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기후변화와 환경을 강조하는 ‘그린뉴딜’이 한국판 뉴딜에 포함됐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중구난방으로 기존 사업을 뉴딜로 포장해 알맹이 없는 백화점식 나열에 그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부각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그린과 뉴딜 두 단어는 짝이 맞지 않는다”며 “한국형 뉴딜이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탈원전 등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만 덧입히는 ‘올드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이 포함되면서 신산업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목표가 환경규제에 막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관계부처로부터 그린뉴딜 사업과 관련해 합동 서면보고를 받았다”며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그린뉴딜을 기존 한국판 뉴딜사업안에 포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을 논의하며 규제혁파를 통한 디지털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3대 축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자칫 규제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판단해 그린뉴딜은 논의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의 문 대통령 지시로 환경부 등 4개 부처가 서면으로 그린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을 보고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여당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그린뉴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장기 과제로 여겼던 기재부의 구상이 어그러진 것이다. 환경부·국토부 등은 그린플러스 프로젝트, 그린리모델링 등을 제각각 앞세우고 있어 부처 간 주도권 쟁탈 양상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세종=황정원기자 허세민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