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림산업과 한샘 등 4개사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례적으로 검찰 고발을 요청하기로 했다. 과징금 부과만으로는 관련 혐의에 대한 제재수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중기부가 의무고발요청제도를 활용해 검찰 수사를 받도록 한 것인데 해당 업체들은 이중제재가 될 수 있다며 당혹해하고 있다.
22일 중기부는 최근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대림산업과 한샘·대보건설·크리스에프앤씨 등 4개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도록 공정위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 도입된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위가 법 위반 기업에 제재를 하면서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등을 파악해 검찰 고발 여부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는 중기부의 고발 요청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공정위 과징금 제재를 받고도 중기부 등 관련 부처가 의무고발을 요청하면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위반 사안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갖고 이를 독점하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현실은 부처 간 알력이나 신경전 때문에 기업들이 애꿎게 이중제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 과징금 제재를 받고 나면 또 다른 제재를 받아야 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한샘의 경우 2015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매장 판촉비를 대리점에 떠넘겼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이미 1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가 다시 검찰 수사 의뢰를 요청하도록 한 것이다.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공정위 조사를 통해) 한샘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금전적 피해를 입힌 점이 드러났고 법 위반기간이 장기간 지속됐다”며 “부엌가구 시장점유율 1위로 (위반 사안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고발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부글부글하고 있다. 한샘 측은 “공정위가 지적한 매장은 본사에서 초기 비용을 전액 투자해 대형 매장을 설치하고 대리점들이 입점해 공동으로 영업하는 구조”라며 “수익도 모두 대리점이 가져가게 된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대리점을 운영하려면 대규모 매장과 인테리어 등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샘은 본사차원에서 매장을 지원해준데다 대리점도 입점과 퇴점이 자유로워 공정위가 판단한 것처럼 판촉비를 강제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의무고발요청제는 공정위의 제재 수위에 대한 적정성을 따지려는 목적이 아니다”라며 “공정위가 조사한 위반사안을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중기부 관점에서 다시 판단해 제재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기부가 공정위에 의무고발요청을 한 30건 가운데 15건은 검찰 기소가 이뤄졌고 10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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