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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연합군을 막아라' 5대금융, 데이터 주도권 사수

[총성없는 '금융데이터' 전쟁]

'돈의 흐름' 오가는 금융 정보

비금융과 결합 더 큰 시너지 가능

네이버 등 '테크핀'까지 잇단 진출

신한, 시중銀 최초 데이터 판매

KB는 조직 전체 디지털화 추진

우리·하나 등도 데이터혁신 가속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식에서 손병두(가운데)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영기 금융보안원 원장 등 참석자들이 출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업 전반에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금융지주마다 데이터 비즈니스에 대한 전략 구축에 나서는 한편 데이터거래소 출범 이후 데이터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며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금융서비스가 가열되면서 금융권은 다른 업종에 비해 빠르게 데이터 사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각 금융지주 회장들도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디지털 금융대전’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를 중심으로 허가가 예상됐던 마이데이터사업에 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사까지 참여하게 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급지시서비스업(My Payment·마이페이먼트)에 대한 카드사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데이터거래소와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마이데이터사업 등 데이터 전쟁의 촉매제는 늘어가는 양상이다. 여기에 지급결제망까지 망라한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가 도입되면 다른 업권의 금융시장 진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네이버는 이달 말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통장’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투자상품, 보험, 예·적금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무한경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금융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디지로그’라는 이름의 마라톤 화상토론을 나흘에 걸쳐 진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가 ‘데이터’에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데이터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 구축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데이터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착수한 지 3개월여 만에 각 계열사 디지털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데이터혁신추진단’을 구성해 데이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데이터 기반 자문 및 판매 서비스업’을 시작했다.



KB금융도 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지상 목표로 삼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을 확대하는 수준으로는 고객의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며 전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채근했다. 특히 윤 회장은 조직 구성원 전체에 디지털 무장을 주문하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 기술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기존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은행들의 전략 분석에 나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조사 결과 디지털 전환에 더딘 은행들은 준비 부족으로 고객 이탈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분석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관심사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담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손님빅데이터센터’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그룹 디지털 비전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Digital for Better Life)’을 새롭게 선포하고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 투톱이 이끄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일사천리로 빅데이터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통해 현장주도 혁신체계도 병행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과 NH농협은행은 최근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와 ‘금융데이터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회사는 농협의 강점인 API 인프라와 뱅크샐러드의 강점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금융시스템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상품·서비스 연계, 대고객 공동마케팅 협력을 통해 은행과 핀테크 업체의 상생모델까지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사회생활 패턴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데이터는 쌓이게 된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분석하고 마케팅 및 홍보에 이어 상품 전략을 수립하는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사는 데이터를 어떻게 적재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빠르게 데이터 경쟁에 나선 것은 금융데이터를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이 거래를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정보는 자산과 결제 등 ‘돈의 흐름’이 오가는 정보가 담겨 있어 금융서비스는 물론 비금융 업권과 결합해 더 큰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지닌 보험정보(사고정보)에 차량안전장치 데이터를 구입해 결합할 경우 맞춤형 할인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다.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은 “금융사와 플랫폼 사업자 및 타 업종 간 데이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데이터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데이터 활용 역량이 기업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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