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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노리는 개미, 의결권 행사 외면…"3%룰 완화해야"

■기업 전자주총 투표율 반토막

코로나發 '활성화' 기대 컸지만

손바뀜 많은 소액주주 참여율 뚝

'섀도보팅 대안'에 한계 논란 가열

부결안건 갈수록 늘어 주총 부담

업계 "의결정족수 합리화 해야"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 개최 기간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전자투표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주주들이 직접 주주총회에 가기 어려워진데다 대기업들도 전자투표제를 잇달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소액주주는 의결권 행사에 관심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정기 주총에서 부결된 안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치권이 ‘섀도 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했던 전자투표제의 한계와 관련한 논란도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3월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제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의 전체 주주 중 실제로 전자투표제에 참여한 이들의 비율은 0.68%에 불과했다. 지난해 참여율(1.13%)의 60% 수준이다. 전자투표 참여율은 지난 2015년 0.17%를 기록한 후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2018년까지 1%를 밑돌았다. 지난해 1%를 넘겼지만 3월에 주총을 개최한 12월 결산법인의 참여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는 1%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컴퓨터·스마트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주총에 투표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제를 통해 목소리를 내게끔 한다는 취지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으며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CJ(001040)·현대차(005380)·POSCO·현대백화점(069960)그룹 등 대기업들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잇달아 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006800)뿐이었던 전자투표서비스 제공 기관도 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이 참여하면서 4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자투표제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소액 투자를 하는 개인 주주들의 참여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늘면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되겠지만 전자투표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개인의 참여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들은 의결권에 관심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가 부쩍 늘어난 만큼 ‘손바뀜’이 많아 전자투표에 참여할 유인이 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실 개인 소액주주들의 경우 3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으로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주당 5만원선을 회복하자 대거 매도세로 전환한 것을 보듯 기본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2월 결산법인들은 12월 말에 주총에 참석할 주주명부를 정해 3월에 주총을 개최하기 때문에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들과 실제 주총 시점에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미 매도한 주식의 의결권까지 행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소액주주 중에는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단기간만 보유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주총에 관심이 없었던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2~3월 사이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 중 상당수가 주식을 매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인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 저조는 주총 안건 부결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정족수 미달로 정기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지난해 188곳에서 올해 340곳으로 급증했다. 이들 340개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총 288개사로 전체의 85%에 달했다. 전자투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의결 정족수 부족은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상장사들의 ‘주총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섀도 보팅’을 통해 안건 부결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섀도 보팅이 폐지된 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중소 상장사 중에는 소액주주 비율이 80~90% 수준에 달하는 곳들이 많아 ‘주주분들이 투표하셔야 주주총회가 열린다’고 호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국 정치권이 ‘섀도 보팅’의 대안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전자투표제는 현실적으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재계와 전문가들은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 제도(3%룰)를 폐지하고 주총 결의 요건을 ‘출석 과반수’만으로 합리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은 “3%룰을 완화하거나 발행주식총수 기준 결의요건을 완화하고 출석 주식 수 기준 요건만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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