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시장이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량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일부 회복된 가운데 신용등급과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002380)는 이날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900억원 어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채안펀드가 400억원 규모로 매수한 것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은 발행량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Inc.) 인수 이후 악화된 재무안정성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KCC는 3조6,000억원에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1조6,000억원은 컨소시엄 출자와 대여금으로, 나머지 2조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회사가 컨소시엄에 출자한 6,000억원과 모멘티브 차입금 합산 등에 따른 KCC의 순차입금 증가는 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사업 비중이 높아진 실리콘 사업의 업황 부진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 글로벌 수급 여건 등에 민감하고 글로벌 화학사와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자동차·건설·조선 등 주요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건자재, 도료 등 기존 사업의 성장도 정체된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KCC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유통시장에서의 금리도 치솟았다. 2018년 2월 발행한 KCC의 65회 회사채 5년물은 이날 기준 민평 대비 47bp(1bp=0.01%포인트) 높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회사채시장은 신용등급과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투자수요가 갈리는 분위기다. 지난주 A급 기업인 메리츠금융지주와 현대건설기계, 한화건설이 수요예측에서 미달을 낸 반면 대림산업, 호텔롯데, SKC,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백화점, 현대트랜시스, SK루브리컨츠 등은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