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로 제시한 0.1%는 외환위기를 겪은 지난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내수에서 수출로 번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기대치가 담긴 목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은 각각 -1.2%와 -0.2%를 제시하고 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1.5%), 피치(-1.2%), 무디스(-0.5%)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정부와 한은보다 어두운 전망치를 갖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0.2%로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 등 최악의 경우 -1.6%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현금복지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했지만 성장률은 너무나 초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4%에서 0.1%로 2.3%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내년은 3.6%로 제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정책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올 하반기 코로나19 방역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전제가 깔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정부가 역성장 전망을 했다가 실제 0.8%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 외환위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의 경우 기관별 전망 차이가 0.5%포인트 이내였는데 올해는 불확실성이 커 3%까지 차이가 난다”며 “민간소비가 여러 대책과 결합되고 투자 여력이 더 살아나면 성장 추세 유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적극적 재정확대로 가동할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활동 위축과 어려운 대외여건이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불가피해 추경 등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1953년 한은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편제한 후 1980년(-1.6%)과 1998년(-5.1%) 단 두 차례뿐이다. 내수는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지난 1·4분기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글로벌 록다운(봉쇄) 여파로 4월과 5월 수출이 두 달 연속 2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비관적인 시각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상반기 중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글로벌 확산이 지속되면 대외수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에 대한 기술제재 강화 입장 표명과 중국 상무부의 대응 시사 등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추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 수출에서 각각 25.1%와 13.5%로 1·2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만약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하거나 겨울철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 경제 심리 및 경제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 3.6%로 기대하는 ‘나이키형’ 반등은 무의미해진다. 강상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소비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두세 달 안에 끝날 것이고 코로나19로 글로벌 무역이 20~30% 줄어든다는 관측이 많아 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벌써부터 마이너스를 예측하면 심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낙관적 수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 취업자 수 증가는 ‘제로’ 전망
수출은 8%·민간소비 1.2%↓
정부는 올해 수출은 8.0% 감소하고 수입 역시 8.7%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600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580억달러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1.7% 증가하나 건설투자는 -1.0%로 예상했다. 대외 불확실성과 수출 부진으로 투자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 1.2% 감소할 것으로, 취업자 수 증가는 정부의 대대적 일자리 지원 사업에도 지난해 수준인 제로(0명)에 그칠 것으로 제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와 같은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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