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며 선진국 대열 합류를 자축한 지 3년 만에 2만달러대로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4분기 명목GNI는 전기 대비 2.0%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4분기(-3.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물가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실질GNI도 전기 대비 0.8% 감소했다.
1인당 국민소득을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명목GNI가 급감하면서 올해 1인당 GNI 3만달러 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인당 GNI는 2017년 3만1,734달러를 기록하면서 3만달러를 처음 넘긴 뒤 2018년(3만3,564달러)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 통상 1인당 GNI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고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1인당 GNI가 3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GDP 디플레이터가 지난해와 비슷하고 실질GDP 성장률이 -0.2%라고 할 경우 명목GDP 성장률은 -1%로 추정된다”며 “이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올해 말까지 1250~1260원 수준으로 지속되면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1·4분기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1·4분기부터 5분기째 마이너스(-)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타격이 더 심화할 경우 3만달러 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 정부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면서 선진국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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