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다시 제소하기로 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유예했던 다른 조치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 일본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지난 2일 결정하고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중단된 WTO가 다시 열리는 대로 (재판 1심에 해당하는) 패널 설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반도체 핵심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도 한국을 배제했다. 이에 정부는 WTO 제소와 지소미아 종료로 각각 맞대응했으나 그해 11월 양국이 고위급 정책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면서 두 조치를 잠정 정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의 별다른 변화가 없자 우선 WTO 제소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WTO 제소를 결정했으나 3개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WTO의 최종심인 상소기구가 기능정지 상태라 1심에서 한국이 승소하더라도 최종 판결은 무기한 연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화이트리스트 문제를 바로잡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규제가 지속되자 한국이 WTO 제소를 재개했듯,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유지하면 지소미아 종료 역시 단행할 수 있다는 압박을 일본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된 지소미아 종료 카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대일(對日) 압박 수위를 높인 정부는 이를 지렛대 삼아 일본이 대화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업부는 WTO 제소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고위급 정책대화 등 양국 간 채널을 통해 일본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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