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퍼주기’ 확대에 따른 국세 감면액 급증은 일종의 권고 사항인 ‘법정 한도’ 자체를 높여 방만한 살림 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변수로 세수 여건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세수는 줄면서 국세 감면율의 한도 초과 규모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전문가들은 “국세 감면율의 한도 초과는 조세 지출 제도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인 만큼 개선이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축소·정비를 통해 나라 살림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행 국가재정법 88조는 ‘직전 3년간 국세 감면율 평균+0.5%포인트’를 국세 감면율 한도로 규정하고 있다. 국세 감면율은 국세 수입 총액과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에서 국세 감면액(조세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세 감면율이 법정 한도 이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된 이 권고 사항이 생긴 것은 지난 2007년 1월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 확대 및 최대지급액 인상, 각종 비과세·감면·소득공제·세액공제 등으로 조세 지출 규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39조7,000억원이었던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 50조1,000원으로 늘어났다. 국회예산처는 올해 국세 감면액의 경우 지난해보다 2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세 지출 확대로 국세 감면율이 상승하면 감면율에 대한 법정 한도 역시 덩달아 확대된다. 법정 한도를 규정하는 기준이 직전 3년간 국세 감면율 평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8년 14.0%, 2019년 13.6%, 2020년 14.0%였던 국세 감면율 법정 한도가 내년에는 14.8%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2년 사이에 법정 한도가 1.2%포인트가량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경기 대응을 위한 조세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법정 한도가 상승하면 가뜩이나 나라 살림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재정 운용의 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세 감면 규모가 한번 올라가면 평균치와 법정 한도 자체가 높아져 재정당국이 조세 지출을 더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가재정법상 권고 사항에 불과한 규정에 어느 정도의 구속력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세 감면율을 15.4%로 전망했으나 이 수치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을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4,000억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감염병 사태 추이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지면 세수 결손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공개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카드 소득공제 한도 확대 정책까지 고려하면 올해 국세감면 한도 초과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세종=나윤석·한재영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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