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2018~2019년만 1,600여곳이 지원을 받았죠. 이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멘토단 200여명을 이끄는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입니다.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작년 9월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상생형 스마트공장 공급기업 워크숍. 주최 측도 예상 못한 김 센터장의 방문이 있었죠. 스마트공장 기술을 전수하는 업체들 앞에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마트공장에 관한 전문용어가 쏟아졌냐구요? “(2019년) 1월부터 현장 100곳을 다녔습니다”라고 말한 김 센터장은 현장에서 터득한 세가지 원칙을 소개했습니다. 생산계획을 갖췄는지, 불량품 관리가 제대로 됐는지, 자재는 쉽게 찾을 수 있는지입니다. 쉽죠? 그 다음 스마트공장을 제안하라는 얘기였죠. 더 강조한 것은 중소기업 리더(대표)가 스마트공장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설득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이 또한 본인의 경험이었습니다. “10년 전 삼성전자가 자재가 입고되는 기간을 단축하려고 했는데 정시에 들어오는 정확도가 50%를 넘지 못했습니다. 100여곳의 협력사 대표가 모인 자리에서 컴퓨터를 놓고 납입지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을 물었는데 한 명도 없었어요. 중소기업의 리더들은 시스템 작업을 서무 직원이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용법과 중요성을 설명하니 일주일만에 정확도가 100% 가까이 올랐습니다. ” 아직도 ‘현재도 먹고 살만한데 스마트공장이 왜 필요하느냐’고 안주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따끔한 조언이죠.
작년 9월 김포 로봇제조업체 에스비비테크의 스마트공장 도입 성과대회장에서도 김 센터장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스비비테크 대표가 “처음 스마트공장을 제안받았을 때 우리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노출해야할지 솔직히 망설여졌다”고 털어놓자, 참석자들 모두 박장대소가 터졌습니다. 김 센터장도 ‘이게 무슨 말인가’하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더라구요. 박영선 중기부 장관 등 여러 정부 인사까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편한 농담을 나눌 정도라면, 서로 얼마나 친해져야할까 신기했습니다. 물어보니, 이 분은 기업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스마트공장이 변하는지 현장을 가서 보는 게 일이라고 합니다. 수시로 개선과제를 내주고, 확인하기 위해 다시 현장에 가다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겠죠. 당시 성과자료에도 김 센터장의 방문 일자가 많더라구요.
그리고 어제 대전 진단키트업체인 솔젠트의 스마트공장 도입 성과대회보고장에서 김 센터장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소통방식으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죠. 스마트공장화를 이룬 6주간 김 센터장, 솔젠트 대표, 협력사 대표, 직원 등 38명이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 만든 카카오톡방의 대화 분량은 A4용지 44페이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하고 받아들이는 ‘재밌는 대화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 근간은 늘 하청구조에 놓인 중소기업 보호였고, 보호를 위한 명분으로 대기업을 갑질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기업은 ‘위’ 중소기업은 ‘아래’ 이런 식이죠. 실제로 갑질이 일어나는 현장도 많겠지만, 시스템의 차이, 소통의 부재, 규모의 차이가 오해와 선입관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기술 노하우 전수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에서 김 센터장의 ‘진짜 레슨’이 제일 인상적입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