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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70년] ‘총알’ 바닥난 이주열, 양적완화 ‘신세계’ 완주할까

사상 첫 금통위 의장 연임 41년 한은맨 ‘살아있는 역사’

한미통화스와프 연장에 위기 후도 역대급 난제들 남아

한국은행이 12일 창립 70주년을 맞으면서 가장 감회가 남다른 사람은 단연 이주열(사진·67) 총재가 꼽힌다. 10년 전 부총재로 창립 60년을 경험한 그는 사실상 첫 연임 총재로 한은의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1977년 한은에 입행한 이 총재는 2012년 4월 부총재 퇴임 후 2년의 공백을 빼도 41년을 한은에서 근무하며 뉴욕사무소 수석,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 등 거의 모든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18년 한은 총재로는 3번째 연임을 했지만 한은 수장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론 처음이어서 한은 역사상 첫 연임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창립 70주년 기념사 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 이 총재는 한은 최고 의결기구인 금통위 본회의에 15년간 국장·부총재보·금통위원·금통위 의장으로 참여해 금통위의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나 다름없다. 그가 2022년 3월 말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최장기 근무 한은맨이자 금통위 수장으로 또 한 번 역사를 바꿔 쓰게 된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막대한 권한에 통달해 있는 이 총재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미증유의 경제 위기 역시 그조차도 처음 겪는 상황이어서 시의적절한 대응들이 만만치만은 않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 총재가 코로나 위기를 맞아 사상 첫 0%대 기준금리와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 2금융권 직접 대출 등의 카드로 ‘달라진 중앙은행의 힘’을 보여줬지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금리 인하’ 총알이 바닥난 이 총재는 3차에 이른 정부의 확장 재정을 국채 매입으로 지원할 계획이지만 코로나 위기가 재확산될 경우 전면적 ‘양적 완화’(QE)도 염두에 두며 통화정책 ‘신세계’의 선두에서 온갖 풍파를 헤쳐가야 할 형편이다. 아울러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가 9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이를 순탄하게 연장하는 것도 중대 과제다.



특히 코로나 위기를 수습한다고 해도 시장에 풀린 수백조원의 유동성을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면서 경제 성장률도 본궤도에 올려 놓는 어려운 미션이 이 총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임명된 신임 금통위원 중 한 명은 “이 총재가 코로나19로 인한 거시 경제 상황 전반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다양한 대처 방안들을 강구 하고 있어 위기 대응에 그만한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이주열의 ‘적’은 이주열”이라는 말이 한은 내·외부에서 나온다. 뼈 속까지 한은맨인 이 총재가 한은에 대해선 자타 공인 최고 전문가여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는 지적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연준이나 해외 주요 중앙은행과 달리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에 분명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시그널을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현 총재도 이점에선 이전과 다르지 않다” 며 “독립 기관이면서도 과거 오랜 기간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하는 관행에서 아직 탈피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선 이 총재가 ‘워커홀릭’으로 정책은 물론 인사와 살림 등까지 세세히 챙기면서 강력한 장악력을 발휘하는 것과 관련해 집행 임원들의 재량권을 충분히 존중하는 것이 업무 처리에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임기 후반인 만큼 총재가 제2, 제3의 이주열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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