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법인세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쪼개져버렸다. 정공법은 외면한 채 세수를 긁어모으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작은 계층만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법인세 과표구간이 유일하게 4단계(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로 가장 많다. 미국·영국·호주·일본 등 32개 국가는 단일세율 체계를 택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2개국은 2개 구간, 룩셈부르크는 3개 구간이다. 우리나라는 기존 3단계에서 지난 2017년 새로 구간을 신설하며 최고구간 법인세율을 25%로 높였다. 법인세를 인하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소득세 법인분을 포함)로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인 23.1%(지방세 포함)보다 높아졌다. 25% 이상 법인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는 OECD 36개국 중 12개국에 그친다.
법인세와 함께 주요 세목인 소득세 역시 고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에 따라 과표구간이 난도질돼왔다. 2012년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을 설정해 5단계로 변경한 뒤 1억5,000만원 구간과 5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며 최고세율은 38%에서 42%로 올라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수절벽이 본격화하자 여당 내부에서는 소득세 과표 조정을 통한 고소득층 증세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산층 실효세율이 낮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감히 건드릴 수 없어 고소득층 세금만 올리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껏 만져온 고소득층 과표가 아닌 중간 과세 구간 이하의 세율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8년 기준 38.9%에 이른다. 5명 중 2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과는 엇갈린다./세종=하정연·황정원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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