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든 창립 3~5년 이내의 신생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의 대출 상환 독촉에 이중고에 놓였다. 더구나 대출 상환을 연기해 주는 대신 기존 금리를 2배로 올리는 사례도 나와 ‘비 올 때는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시중은행의 선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기계장비를 만드는 A사는 3년전 창업을 하면서 사무실 등을 담보로 은행서 3억5,000만원을 빌렸는데 만기일이 26일로 다가왔다. A사의 B대표는 최근 대출만기 연장 신청을 하러 은행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은행 창구 직원이 “대출만기를 연장하려면 기존 대출금리를 연 3%대에서 7%대 후반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을 해서다. 원금의 10%를 먼저 상환하고 6개월만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는데 대출금리를 2배 이상 올려 받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A사는 올해 수주액이 작년 보다 4배나 급증했지만, 코로나19로 수출이 지연돼 실제 매출이 없다 보니 은행이 ‘0순위’로 독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창업 초기기업에 은행이 피도 눈물도 없이 가혹하게 할 것이라는 지인들의 조언을 실감했다. B대표는 이날 본지와 만나 “창업 3년 이내 기업은 보여줄 매출이 없어 (은행이 원하는 수준의) 재무제표가 나오기 어렵다”며 “부실이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은행 창구 직원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창업 초기 기업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대표는 “신제품을 보여주고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은행 직원들은 믿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상환을 독촉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대출 시 눈에 보이는 재무평가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괴리가 크다는 게 창업 초기 중소기업들의 볼멘 목소리다. B대표는 은행을 어렵게 설득해 원금의 5%를 우선 상환하고,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5,000만원을 긴급 지원받아 급한 불은 겨우 끄게 됐지만 뒷만은 개운치 않다. 언제 또 독촉장이 날아올 지 알 수가 없어서다.
섬유업체 C사도 최근 직원 인건비 등 운영자금과 해외 판로개척 등을 위해 2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가 헛걸음질을 쳤다. 창구 직원이 “기존에 나가 있는 대출이 있어 신규 대출은 어렵고 정 받고 싶으면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다시 떼 오라”며 거절해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0억원 가운데 90%가 해외서 발생해 유망한 수출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4~5월 수출 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은행마저 등을 돌리니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나 은행장 등이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겠다’거나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과감히 하고 부실책임에 대해서는 면책을 해 주겠다고 하고 있지만, 현장선 여전히 매출이 없으면 상환 독촉을 하고 추가 보증이나 담보 등을 요구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중소기업 400여곳에 필요한 금융지원대책이 뭐냐고 묻자 금리인하와 특례보증 지원, 만기도래 대출분 연장 등의 답변이 전체의 80%를 넘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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