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외국의 정부기관과 ‘검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낳은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중국 스캔들’로 비화할지 주목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곧 출간 예정인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 농산물 수입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17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일부 발췌록을 소개했다.
이날 WSJ이 소개한 발췌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가진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노골적으로 재선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두 정상 간 막후 대화를 전하면서 “그때 트럼프는 놀랍게도 이야기를 미국의 차기 대선으로 돌렸다”며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기뻐했다가 몇 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며 한층 추켜세웠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부처가 될 농업 지역(farm states)에서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살 것을 요청했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시 대화를 가리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마음 속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섞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난 백악관 재임 시절 트럼프의 중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볼턴은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농업 지역을 돕기 위해 단지 중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만을 요구했다. 만약 그렇게 합의됐다면 미국의 모든 (대중)관세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례들을 근거로 볼턴 전 보좌관은 “민주당 탄핵 옹호론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트럼프 외교정책 전반에 걸쳐 그의 행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면, 탄핵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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