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 등록금 환불은 없을 전망이다. 여당의 주장과는 달리 청와대와 재정 당국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등록금 환급요청에 대해 ‘불가’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학들이 올해 1학기에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환불에 나설 수는 있더라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주자는 일각의 요구는 현재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등록금 반환 문제는 등록금을 수납 받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정부가 지원대책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과 학생 당사자간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3차 추경을 통한 등록금 지원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17일 확인한 바 있고, 교육부도 18일 브리핑에서 “등록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과 소통하면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학이나 대학생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195만명에 달하는 대학생 중 48%가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을 받으려면 월평균 가구소득이 950만원에 미치지 못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가량의 대학생들이 월평균 95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에 속해있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변수는 여당이 이러한 기조를 인정하느냐 여부다. 추경 확대를 통한 등록금 지원 방안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으나 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결국 시간을 두고 간접 지원 안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등록금 환불로 재원이 어려워진 대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재부는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통한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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