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10억원을 날리게 생겼습니다.”
60대 A씨는 최근 잠이 오지 않는다. 아파트 전세보증금으로 투자한 펀드가 환매 중단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올해 1월 약 10억원의 돈을 NH투자증권에서 판매한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펀드를 실제로 운용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당초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던 계획과 달리 대부업체의 부실채권을 펀드에 담았다는 정황이 드러나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투자를 망설였지만 ‘이 펀드는 나라가 망해야 손실일 정도로 안전하다’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말에 투자를 결정했다”며 “오는 7월이 만기인데 환매 중단이 확실해지고 있어 답답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대부업체 사채로 구성한 펀드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둔갑시킨 후 문서위조로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지만 위험도가 낮아 보수 성향의 투자자들이 갈 곳 없는 목돈을 은행 예금처럼 예치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기가 남은 금액도 수천억원에 달해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은 고수익을 기대하고 사모펀드에 가입한 라임펀드 피해자들과 사뭇 다르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3% 안팎으로 은행 예금에 비해 조금 높은 정도지만 한국도로공사·경기도교육청 등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등급이 5등급으로 위험도가 매우 낮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판매지점에서 “나라가 망해야 손실이 난다”는 말로 투자자를 설득했다. 투자자들 역시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상품인 만큼 안심하고 퇴직금·전세보증금 등 목돈을 맡겼다. 아들의 결혼을 위해 모아둔 3억원을 해당 펀드에 투자한 60대 B씨는 “담당 PB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여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자를 권했다”며 “계속 거절하다 결국 가입을 결정한 건 대형 증권사를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B씨의 펀드는 지난 18일이 만기일이었지만 결국 환매가 연기됐다.
고령 투자자들은 오랜 시간 가족의 자산을 관리해준 친분이 있는 PB를 통해 가입하느라 투자제안서도 받지 못했거나 운용사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판매사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고객들 다독이기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이미 22일 사내직원 설명회를 여는 등 고객 대응을 고심하는 중이다. 해당 설명회에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직접 참석해 “가능하면 최대한 고객 자산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객에 대한 보상범위를 정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자산 회수를 위해서는 수탁은행을 통해 운용사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며 “판매사가 고발장을 접수했으나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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