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시 성수동 공장거리. 10명 안팎 직원들이 일하는 소규모 공장들 사이로 공장을 개조한 카페들이 더 눈에 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부품제조 공장이나 인쇄, 유리공장, 구두공방이 즐비했는데 지금은 카페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유리 가공업체인 금성유리의 조병기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주요 발주처가 모터쇼 등을 주관하는 전시업체나 호텔 등 대형 건물 리모델링 업체들인데 코로나19 이후 전시회나 호텔행사 등이 취소되면서 일감마저 눈에 띄게 줄었다”이라고 말했다. 100평 남짓 공장엔 방글라데시 직원과 한국인 직원 둘이서 큰 유리 하나를 옮기고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13명의 직원들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이나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일을 했는데 이날은 일감이 없어 직원 2
명만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는 공장에 출근을 해 있어도 놀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면 전제조건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일감이 없어도 감원은 어렵다”며 “하루 하루 겨우 버티고는 있지만 코로나가 길어지면 폐업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업체들은 매월 들어가는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대출을 갚고 직원을 해고하고 가족들이 나와 일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근처 인쇄 공장의 한 관계자는 “주52시간에 이어 주말, 공휴일 빼고 기계를 쉬게 하는 시간도 빼면 실제로 1년 간 일할 수 있는 날은 7~8개월뿐”이라며 “임대료나 월급은 매년 올라가는 데 일감이 없어 돈을 버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 공장가동률이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15~22일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7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6.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6%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7.8%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1월 70.6%를 기록한 이후 올해 내내 60%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65.5%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반제조업도 65.3%, 혁신형 제조업 역시 68.2%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이 토로하는 경영애로 요인은 내수부진이 74.4%로 1위를 기록했다. 업체간 과당경쟁(37.4%), 인건비 상승(35.0%), 판매대금 회수지연(22.3%)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 공장가동률이 계속 하락하면 성수동 공장거리가 그랬듯이 전국의 영세 제조 공장밀집 지역들이 기계 돌리는 소리 들리지 않는 ‘공장무덤’이 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7월 업황경기전망지수가 68로 전월대비 4.9포인트 깜짝 상승했다는 점이다. 2014년 2월부터 이 통계 작성한 이후 최저점은 지난 5월 60이다. 이번 깜짝 반등이 반가운 것은 상승 폭이 컸다는 것인데 코로나19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바닥은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나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종별는 제조업은 67.7로 전월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은 68.1로 5.7포인트 올랐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및 트레일러(70.1), 섬유제품(55.5),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94.6)이 선전했다. 반면 목재 및 나무제품(65), 전기장비(62.9), 비금속 광물제품(61.3)이 부진했다. 비제조업에서는 건설업(74.3)이 오르고 서비스업이(66.9)이 내려 희비가 엇갈렸다.
/박호현·양종곤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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