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지분 대량 매입과정에서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아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온 회사다. 검찰이 4년여의 수사 끝에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엘리엇 같은 벌처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9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5월25일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한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혐의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다른 혐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5일 이내에 보유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앞서 엘리엇은 2016년 6월2일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틀 뒤인 6월4일에는 이를 7.12%로 공시했다. 엘리엇은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해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틀 만에 엘리엇이 보유 지분을 급격히 올린 것을 보고 이미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업계에서도 엘리엇이 타 증권사 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공시 없이 주식을 조금씩 사들였고 이를 한 번에 공개한 ‘파킹 거래’라는 분석이 많았다. 검찰은 2016년 3월 금융당국에서 수사 의뢰를 받아 4년여간 수사를 벌여왔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장사들이 외국계 펀드의 위협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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