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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58> 빈약한 인프라에 코로나19·대홍수 설상가상…관광산업 역성장 추세 이어지나

■3분의 1로 줄어든 단오 연휴 中 관광시장

지난 6월 27일 토요일 중국 베이징의 만리장성 바다링 매표소 앞 모습. 단오절 연휴임에도 6월11일 시작된 베이징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리장성도 텅 비어 있다. /최수문기자




지난 5월3일 일요일 중국 베이징의 만리장성 바다링 매표소 앞에 표를 사려는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두달여간 폐쇄됐던 만리장성이 3월24일 재개장했지만 여전히 삼엄한 모습이다. /최수문기자


#. 중국의 명절 가운데 ‘단오’는 특별하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른바 ‘신중국’ 건국 이후 많은 전통문화가 사라졌지만 중국인들은 그래도 단오만은 지키려 애쓴다. 중국에서는 ‘단오절(端午節)’이라고 부르면서 사흘간의 연휴를 즐긴다. 휴일이 아닌 한국과 비교된다. 올해는 국가 차원에서 특히 전통 문화유산 보존과 확대에 애를 썼다. 중국에서 단오의 전통을 일반화하면 쭝즈를 만들어 먹고 용주(龍舟)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지난 6월 25~27일 단오절 연휴 기간 TV에서는 매시간 마다 각지에서 이 두 가지를 즐기는 사람들을 방송했다. 마치 쭝즈 하나 안 먹고 용주경기 관람 못하면 중국인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

#. 단오절 연휴 마지막날인 6월 27일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만리장성 바다링(팔달령) 구간을 방문했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이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라는 추측은 입구에서부터 빗나갔다. 낮 12시임에도 불구하고 매표소는 텅 비었다. 기자가 다섯시간 정도 바다링 장성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겨우 몇십명 만을 마주쳤을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관광지 입장객 수를 총 정원의 30%로 제한했다는 발표가 무색할 정도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중국인들이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중국인들이 내수 경제 부양을 위해 소비를 늘리고 이를 위해 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문화관광을 앞세우고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사실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봉쇄’가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관광욕구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이미지 쇄신과 경기부양을 위해 전통문화를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노력도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결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단오절에는 특히 남부 지방의 폭우로 관광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이런 피해가 없는 베이징의 관광지가 텅 비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전통문화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두가지로 본다. 비슷한 동아시아권에서 한국 문화가 불러일으킨 충격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문화관광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에서의 한국문화에 대한 충격은 2005년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당시 중국인들은 중국의 전통명절 ‘단오’를 한국이 뺐어갔다고 흥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06년 5월 31일자 1면의 ‘단오절, 우리 모두 함께 쭝즈를 싸자’는 제목의 칼럼에서 “단오절은 2,000년 동안 중화민족의 영혼이 스며든 전통 명절이며 동시에 우리 미래를 밝혀주는 정신적인 주춧돌”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유네스코 논란은 분명한 오해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것은 절기인 ‘단오’가 아니라 강릉단오제라는 행사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나 관영매체들도 한국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일부에서는 중국 스스로가 전통문화를 계승해 오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 이웃나라에 돌린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은 신중국 건국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전통문화가 악습이라며 대량으로 파괴됐다. 오래된 건물이 마구잡이로 철거됐으며 문화 전승자들도 숙청됐다. 광란의 20여년을 보내고 1980년에 들어서야 하나씩 전통문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벌이만을 위해 급조된 문화유산들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지난 6월 25일 단오절을 맞아 중국 산시성 안캉시에서 용주경기가 열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결과적으로 2006년은 중국 전통문화 계승에서 역사적인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듬해인 2006년 중국 단오절의 대표적 놀이인 ‘용주경기’가 중국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단오절은 2008년부터 중국에서 공휴일이 됐다.

중국이 단오 시기에 가장 많이 비추는 것이 용주와 쭝즈다. 용주경기는 용 모양의 나무배에 20명 내외의 사람이 타고 속도를 겨루는 경기다. 나름대로 스릴이 넘친다. 쭝즈는 찹쌀 등으로 속을 한 것을 나무잎으로 감싸 쪄낸 것이다. 모두 고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애국자인 굴원과 관계됐다고 하는데 굴원이 모함을 받고 강물에 몸을 던졌는데 사람들이 물고기들이 굴원을 해치지 말라면서 대용식으로 만들어 강에 던진 것이 쭝즈고, 굴원을 구하기 위해 배를 몰고 달려가는 모습이 용주경주로 발전했다고 한다.

중국의 휴일은 상대적으로 긴 연휴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설날인 춘절(음력1월1일) 연휴가 10일이었고 이어 청명절이 3일, 노동절이 5일, 단오절이 3일, 국경절(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일)이 8일이다. 중추절을 크게 중요치 않게 여긴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아마 10월1일 국경절을 장기간 연휴로 쉬면서 그 전후의 중추절이 간소화되기 때문인 듯하다. 거꾸로 중국에서는 청명과 단오가 중요한 연휴로서 대우를 받는다.

지난 6월24일 단오절을 하루 앞두고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셴쥐현의 소수민족 지역 사람들이 쭝즈를 만드는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홍콩 국가보안법,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논란이 겹친 올해는 특히 단오가 이슈가 됐다. 올해 단오절 연휴였던 6월 25일부터 27일까지는 매일 뉴스마다 단오절 행사가 나왔을 정도였다.

다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등을 타격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서 단오 연휴에 중점을 두었던 노력에 비하면 실적은 참패였다.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단오절 연휴(25~27일) 기간 관광매출은 122억8,000만위안(약 2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1.2%에 그쳤다. 관광객 총수는 4,880만9,000명으로 50.9%에 불과했다. 일단 중국 매체들이 내놓은 원인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정부의 이동제한과 최근 남부지방을 휩쓸고 있는 홍수로 크게 구분된다.



우선 코로나19의 재확산 시발점이 된 베이징시는 야외 단오절 행사를 전면 금지할 정도로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은 관영 방송과 현실이 미스매치할 경우가 많은데 이번 단오절 연휴에도 그랬다. TV에서는 항상 단오절 행사를 방송하는데 기자가 사는 베이징에서는 이를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덧붙여 도시들이 봉쇄되고 지역간 이동이 방해받으면서 관광 자체가 쉽지 않았다.

홍수도 마찬가지다. 한달째 중국 남부를 휩쓸고 있는 대홍수 사태가 축제분위기를 앗아간 것이다. 단오절 행사는 주로 중국 남부에서 이뤄지는 것이 많은데 홍수로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 코로나19 재확산과 홍수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중국은 소비확대를 위해 올해 연휴를 늘렸다. 5월1일부터 시작된 노동절 연휴도 작년까지 나흘이었던 것을 올해는 닷새로 길어졌다. 4월 4~6일의 청명절 사흘 연휴가 코로나19 창궐사태 와중에 시나브로 사라진 가운데 중국에서 올해 제대로 된 첫 연휴는 5월 노동절이었다.

이제까지 중국의 관광지는 이런 연휴들마다 사람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단오절에는 주요 관광지가 텅 비었다. 지난 27일 토요일 기자간 방문한 만리장성 바다링 관광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적막감을 느낄 정도였다. 앞서 노동절 연휴에 방문했을 때보다 숫자가 더 적었다. 당시에는 매표소에 긴 줄은 그대로였지만 6월 단오절 연휴에는 그것조차도 없었다. 바다링 근처 가게들도 절반 이상이 여전히 문을 닫고 있었다.

단오절 연휴 기간 베이징 시내의 대표적인 쇼핑·음식 거리인 전문대가나 싼리툰도 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역대 최악이라는 올해 노동절 연휴 닷새간 중국내 총 관광객 수는 1억1,500만명으로 일일 평균치가 2,300만명이었는데 6월 단오절 연휴의 일일 평균 관광객 수는 1,627만명에 불과했었다. 내수 경기가 뒷걸음치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문화부와 여유국을 합쳐 문화여유부로 만들었다. 여유(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보다는 비대한 조직의 군살을 빼려는 과정에서 관광조직이 축소통폐합 됐다고 보는 시각이 더 강하다. ‘여유국’이 사라진 후 중국의 관광산업은 더 활기를 잃었다. 중국의 통제 위주의 문화정책에 관광도 포함되면서다.

지난 6월27일 토요일 단오절 연휴 임에도 중국 베이징의 ‘남대문시장’ 격인 전문대가 거리가 한산하다. /최수문기자


앞서 단오절 연휴 관광이 실패한 것도 주된 정책이 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보다도 일단은 코로나19 발생부터 막고 보자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보다 훨씬 부족한 중국의 관광 인프라와 정책이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관광산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까웠다. 경제성장으로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갑자기 관광지에 모습을 보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관광산업은 2010년대 이후 매년 10% 내외의 성장률을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경기부진을 겪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중국내 관광객 총 숫자는 60억1,000만명으로 전년대비 8.4%나 성장했다. 국제적으로도 세계 관광시장을 중국인 ‘유커(游客·유객)’들이 지탱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호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올해의 관광산업 부진이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빈약한 관광 인프라가 더 중요한 요소다. 전통성을 잃어버리고 상업성만 남은 문화유산들이 한껏 높아진 관광객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해소된다고 해도 한번 시작된 시장침체가 쉽게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상황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여행업계 전문가인 지즈잉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여전히 성·시 간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베이징 코로나 이전에는 국경절 연휴 때쯤 국내 관광 규모가 작년의 9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은 내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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