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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북한 私금융 규모 매우 작아…생산활동에 도움 안 돼”

상거래신용·계 등 비공식금융 경험 거의 없어

가구당 평균 자산은 1,761달러·부채는 408달러

지인끼리 금전대차 이자는 월 13.1% 수준

지난달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 파란색 버스가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 등 금융기관 역할이 사실상 마비된 북한 내에서 최근 사(私)금융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융이 생산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사실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거래신용, 금전대차, 계(契) 등 비공식금융을 경험한 비중은 27.8%로 조사됐다. 북한 주민의 비공식금융 경험이 크게 부족한 것이다.

비공식금융은 은행 등 기관을 통한 공식금융과 다른 사금융을 말한다. 북한에도 은행이 있긴 하지만 개인은 돈을 맡길 수만 있고 빌릴 수 없도록 법으로 막혀 있다. 이에 북한 주민들은 은행 등 공식금융기관이 아닌 돈이 많은 자산가를 통해 돈을 빌리거나 계(契)를 하는 방식으로 주택구입자금 등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금융자산 규모는 2012~2018년 가구당 평균 1,761달러로 조사됐다. 현금보관액(1,310달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상거래신용(389달러)이나 금전대차(54달러)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부채는 가구당 평균 408달러를 보유했다. 이는 상거래신용(321달러), 금전대차(79달러), 계(8달러) 순으로 많았다.

한은은 북한에서 자금 수요자의 신용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마당 유통상인들이 상거래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활용하는 ‘상거래신용’이 활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전대차의 경우 지인끼리 담보 없이 신용으로 거래되고 방식인데 평균금리는 월 13.1%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의 비공식금융이 1986년 페레스트로이카 초기 단계에 있던 구소련보다 큰 수준이지만,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2001년 중국이나 1990년대 후반 베트남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표본 수가 적고 지역별로 편중이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낮아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의 금융중개 주체는 대출중개인 또는 계 수준에 머물러 비공식 저축·대부기관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뿐 아니라 계를 이용한 경험이 없어 금융중개 기능 발달정도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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