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펀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손잡고 잇따라 온라인 전용 펀드를 선보이고 있다. 고사 직전 상태에 빠진 공모펀드 시장에 온라인 판매가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2일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 판매 라인업에 2개의 채권형 펀드가 추가됐다.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쏠쏠한 대한민국 채권펀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영리한 글로벌 채권펀드’가 그 대상이다. 앞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 등이 카카오페이증권에서 ‘삼성 믿음직한 사계절 EMP’ ‘미래에셋 합리적인 AI 글로벌 모멘텀’ ‘키움 똑똑한 4차 산업혁명 ETF 분할매수’ 등 ‘카카오 공모펀드’ 1탄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새로 판매되는 카카오 공모펀드 2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이 중 ‘한화 쏠쏠한 대한민국 채권 펀드’는 국내 채권 중 만기가 짧은 단기 국공채와 이보다 만기가 조금 더 긴 중단기 회사채를 담아 수익을 낸다. 기준금리가 0.5%로 낮아진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적금을 대체하겠다는 콘셉트다. ‘미래에셋 영리한 글로벌 채권펀드’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지역의 우량 채권을 담아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앞서 나온 글로벌 주식형 펀드들과 다소 운용방식이 차별화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의 펀드 판매는 업계에 나름 신선한 분위기를 몰고 오는 양상이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결제한 뒤 남은 잔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와 결제 포인트로 투자할 수 있는 ‘알 모으기’ 같은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다. 또 카카오페이증권이 쓰는 펀드의 명칭도 다소 색다른 형식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영어를 줄이는 대신 ‘믿음직한’, ‘똑똑한’, ‘영리한’ 등 쉬운 한글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1,000원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까지 낮췄다.
성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동전 모으기’와 ‘알 모으기’의 신청은 32만건에 달하며 원하는 날짜를 지정해 투자할 수 있는 ‘자동 투자’의 신청 규모는 10만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펀드 매매도 약 10만건에 이른다는 게 증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펀드에는 꾸준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 ‘키움 똑똑한 4차 산업혁명 ETF 분할매수’ 펀드의 경우 설정액은 170억원에 달한다. 올해 키움자산운용이 출시한 공모펀드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판매 성적이 좋다. ‘삼성 믿음직한 사계절 EMP’와 ‘미래에셋 합리적인 AI 글로벌 모멘텀’에도 각각 48억원, 55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 성적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운용 업계에서는 새롭게 떠오른 판매 채널이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직판 채널을 도입하는 등 투자자 모시기 분주한 운용사들에게 ‘금알못(금융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펀드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 새로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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