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북한 비공식금융 실태조사 및 분석·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 주민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거래신용, 금전대차, 계(契) 등 비공식 금융을 경험한 비중은 27.8%에 불과했다. 비공식금융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공식 거래가 아닌 이른바 사금융을 말한다. 북한도 은행이 있지만 법에 따라 개인은 예금만 할 수 있고 빌릴 수는 없다.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금융환경 때문에 ‘돈주’로 불리는 자산가나 지인에게 빌리거나 계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전대차의 경우 월 13.1%에 달하는 고금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들이 사금융을 통해 마련한 돈의 61%는 상인들이 장사를 목적으로 빌린 것이다. 반면 수공업이나 어업 등 산업생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북한에서 은행을 통한 대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금융 조차 경제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북한 주민들은 돈이 생겨도 은행에 맡기지 않고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등 외화 형태로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구당 평균 은행 예금은 1달러 수준에 머문 배경이다. 탈북민 조사를 통해 추정한 가구당 금융자산 규모는 2012~2018년 연평균 1,761달러다. 현금보관(1,310달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상거래신용(389달러)이나 금전대차(54달러) 등의 순이었다. 금융부채는 가구당 평균 408달러로 나타났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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