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각각 최대 12%, 72%로 대폭 끌어올렸다. 다주택자더러 사실상 집을 더 살 생각하지 말고, 양도세 강화 시점인 내년 6월 이전에 실거주 외의 매물을 내놓으라는 강한 압박이다. 아울러 정부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로 2년 미만 단기 거래에 대해서도 세 부담을 강화했다. 2년 미만 단기 보유시 양도세는 지금 수준보다 두 배가량 높아진다.
10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는 2021년 6월1일 이후 1년에서 2년 미만 보유한 뒤 양도차익을 3억원 올렸을 때 내야 할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는 기존에 1억301만5,000원에서 1억9,635만원으로 52%(9,334만원) 증가하게 된다. 현행 기본세율(6~42%)에서 60%로 양도세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년 미만 보유했을 때는 양도세율이 40%에서 70%까지 뛴다. 따라서 양도차익으로 3억원을 벌었을 경우 1억3,090만원에서 2억2,907만5,000원으로 9,817만5,000원 증가한다. 이는 지난해 12·16 대책 때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당시에는 1년 미만은 50%, 1~2년은 40%로 추진했었다. 이러한 정책 효과에 대해 양지영 R&C연구소장은 “1년 이내 가지고 있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으니 나올 수 있는 매물도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율이 엄청나게 부과된다.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아져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기본세율까지 합치면 양도세율이 각각 62%, 72%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양도세 중과 방안을 내년 종합부동산세 부과일인 6월1일까지 시행 유예하기로 했다. 즉 내년 5월 전에 집을 매도하면 현행 세율을 적용받게 되므로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준다는 취지다. 다만 내년 6월 이후로는 매물 잠김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양도세 완화가 거래를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며 “내년 6월부터는 세율 자체가 상당히 높아져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의 증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인상시 주택 매물 잠김 부작용을 고려해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설정했고,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달라”면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증여로 돌려가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집을 사지 못하도록 다주택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크게 높였다. 취득세율은 현재 1~3주택과 법인은 주택 가액에 따라 1~3%, 4주택 이상은 4%다. 하지만 7월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는 즉시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로 강화된다. 새 취득세율 적용 시기는 법 개정안 ‘공포 후 즉시’다.
일례로 3주택자가 30억원 아파트 구입시 현재 9,000만원의 취득세를 냈다면 앞으로는 3억6,000만원으로 네 배 뛰는 것이다. 2주택자라면 2억4,000만원이어서 집을 사는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다주택자의 경우 집값의 15%까지 취득세를 내는 ‘싱가포르 모델’을 차용한 것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강하게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취득세 강화 시기를 늦추면 주택 구입 수요를 당기는 유인이 될 수 있어 국회에서 처리되는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하정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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