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 기업의 90% 이상이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절반가량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이 국내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100개 기업 하반기 경영전망 조사 결과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해 39.4%가 ‘속도 조절을 반드시 해야 한다’, 52.1%가 ‘속도 조절이 다소 필요하다’고 답해 총 91.5%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에 대해서는 54.8%가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고 39.8%가 ‘3% 이내 소폭인상’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3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체회의를 열어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8월5일이 최저임금 최종 고시기한인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15일까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재계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첫 제시금액으로 올해보다 2.1%(180원) 삭감한 8,410원을 제시한 반면 노동계는 올해보다 16.4% 인상된 1만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6차 전원회의까지 진행된 가운데 현재 사용자위원들은 1.0% 삭감안을, 근로자위원들은 9.8% 인상안을 수정 제안했지만 여전히 간극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여건과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만큼은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법 개정안이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47.3%가 ‘부정적’, 8.6%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3.0%, ‘긍정적’이라는 대답은 1.1%에 불과했다. 재계는 노동계의 힘이 강화되는 만큼 균형을 맞추려면 사용자의 대항권도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노조에 유리한 현재 노사관계 지형의 균형을 맞추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사용자가 대항할 수 있는 권리도 개선돼야 한다”며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 처벌규정 삭제,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노사관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제도 개선사항도 반드시 함께 입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형·변재현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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