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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달라지니…이번엔 기아차 노조가 '딴지'

■전기차 시대 엇갈린 노조 행보

기아차, 변속기 5만대 감산하려다

노조 반대에 오히려 생산물량 늘려

업계 "勞가 경쟁력 갉아먹어" 비판

"내연기관 고집하면 모두 죽는다"

변화 수용한 현대차 노조와 대조

지난해 8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등의 주최로 열린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직접고용 촉구 집중투쟁’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기아자동차의 생산체제 전환이 노조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며 ‘회사와 공생’을 내세우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기아차는 노조가 생산체제 전환 전략인 ‘플랜S’를 강하게 반대하며 사측을 압박하자 점진적으로 물량을 줄이려던 변속기 직접 생산량을 유지하는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따라 내연기관 핵심부품인 변속기를 외주화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노조의 ‘변속기2부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오는 2023년까지 변속기 생산 물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애초 기아차는 화성공장에 공급되는 변속기 물량을 2021년(18만2,635대), 2022년(14만1,966대), 2023년(13만389대)로 차츰 줄여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가 변속기 부문의 고용 불안정은 곧 완성차 라인의 고용 안정성까지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기아차는 추가 물량을 배정해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기아차는 노조에 러시아 반조립제품 변속기, 중형 전자식변속기, 소형 6단 자동변속기 물량을 추가로 할당해 총 변속기 생산량을 2023년까지 22만대선을 맞춰주기로 한 것이다. 기아차 노사는 이 같은 안을 두고 앞으로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등의 주최로 열린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직접고용 촉구 집중투쟁’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사측의 양보에 노조는 한껏 고취된 분위기다. 노조는 변속기 생산 물량을 지켜낸 것을 시작으로 회사가 기아차가 미래 성장을 위해 전기차 체제로 전환하려는 ‘플랜S’ 전략까지도 고용안정 위협을 이유로 반대할 방침이다. 노조는 플랜S 전략으로 생산체제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부품 수 감소와 작업 공정 단순화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당장 전기차 생산량을 차츰 늘려가며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이 외주화되면서 일감을 뺏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일자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계획과 다른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아차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내연기관 판매량은 대폭 감소한 반면 유럽 등 국가에서 친환경차 관련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전기차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며 “경쟁 업체들은 전기차 모델 출시를 서두르고 양산체제 준비에도 속도를 높이는데 자칫하다가는 기아차가 이 같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자칫 노조의 일자리 지키기 요구에 장기 경쟁력이 훼손돼 머잖은 미래에는 회사의 생존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대차(005380) 노조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먼저 나서서 조합원들에게 “내연기관차를 고집하면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 변화를 부정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노조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현대차의 경쟁력을 갖춰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섰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분류됐던 현대차 노조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냉철히 바라보고 조합원들에게 ‘회사와 공생’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최근에는 노보를 통해 “나만 살고 보자는 집단적 이기주의로는 현 정세를 결코 돌파할 수 없다”며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동조합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독일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며 2023년까지 7,000~8,0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고, 아우디는 2025년까지 전체 직원의 10.6%에 해당하는 9,500여명을 줄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2023년까지 전 세계 직원 1만여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나섰지만 국내는 고용 안정성을 이유로 관련 논의가 금기시되고 있다”며 “사측도 직원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노조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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