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급부상 중인 서비스로봇 산업계의 궁극적 지향점은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다. 생활공간이나 공공장소에서 이질감 없이 사람들과 마주치고 소통하려면 인간들의 눈에 익숙한 형상으로 제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의 길은 너무나 멀다. 인간 동작의 기본이 되는 직립보행을 견인장치와 같은 보조기구 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 가장 앞선 것이 일본에 인수된 미국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인데 이조차도 보행속도가 최대 시속 2㎞에 불과하다.
이렇게 기술적 난도가 높아 상용화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미국과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는 자칫 맥이 끊길 위기에 있다. 10여년 전 일본에 못지않은 수준의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했던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올해 정년을 맞았다. 명예교수직 등으로 계속 연구는 할 수 있지만 직접 연구팀을 꾸려 관리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오 교수팀은 오리지널 휴보의 후속작인 ‘DRC휴보2’를 개발해 미국 고등국방연구원(DARPA) 주최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어렵게 성취한 노하우와 핵심기술을 이어받을 후진양성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휴머노이드 분야 스타트업 중 주목을 받았던 A사조차도 당분간은 휴머노이드 분야보다는 의료보건용 재활로봇 등의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로봇산업계와 연구자들은 휴머노이드보다는 난도와 상용화 장벽이 낮은 곤충형·동물형 서비스로봇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로봇연구팀은 최근 국방부(펜타곤)로부터 53만달러 이상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개미·벌 등처럼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군집곤충로봇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군집곤충로봇은 험지에서도 쉽게 적응해 작동할 수 있고, 무리 중 일부 개체가 작동불능 상태가 되더라도 군집 전체의 기능 수행에 문제가 없어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무당벌레를 모사한 로봇을 개발했다. 무당벌레처럼 날개를 납작하게 접어 좁은 공간에서도 이동할 수 있고, 날개를 빠르게 펼쳐 점핑한 뒤 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의료 분야와 탐사 분야의 로봇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현장이나 군사물자수송용으로 험지를 돌파할 수 있는 견마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KAIST 로봇공학센터팀이 4족 보행 견마로봇을 개발 중인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견마로봇 수준을 겨냥해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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