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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일상이 된 '비대면' 서비스 로봇과 '대면'하다

반려·청소로봇서 의료·택배로봇까지

일상으로 영역 넓히며 인간 동반자로

코로나發 비대면 확대·최저임금 인상

사람업무 대신할 서비스로봇 개발 가속





지난 1999년 일본 전자기업 소니는 반려견 형태의 로봇을 출시했다. 제품명은 ‘아이보(AIBO)’. 마치 강아지처럼 사람이 쓰다듬으면 애교를 부리고, 주인의 부름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이 로봇의 초기 출시가격은 25만엔. 당시로서는 매우 고가였음에도 수요가 몰려 첫 달에 1만여대, 두 번째 달에는 2만여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후 누적 18만대 이상(추정치) 팔렸으나 2006년 시판이 중지됐다. 고장 등을 이유로 수리와 환불 요청이 쏟아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소니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을 접은 것이다.

그 무렵 일본에서 로봇공학을 연구 중이어서 소니 사정을 잘 알던 국내 로봇개발기업 N사의 창업자 A씨(현재 기술고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소니는 나름대로 기술적으로 완벽한 품질을 자부하면서 아이보를 내놓았죠. 저도 기술력에 감동해 그때 한 대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구매고객들이 아이보를 다루는 환경은 제조사가 예상한 수준을 넘어섰어요. 아이보는 전자부품과 모터 등에서 발열이 심한데 소비자들이 예쁘게 꾸미겠다며 옷을 입히니 과열돼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잦았어요. 목욕할 때 강아지 로봇을 데리고 욕조에 들어가 침수로 망가뜨리는 소비자들도 있었죠. 이런 식으로 온갖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 발생하고 수리와 리콜이 빗발치자 소니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었죠. 약 18만대의 판매량 중 거의 절반가량이 리콜·수리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대를 앞서 갔던 소니의 도전이 실패하면서 반려로봇을 비롯한 서비스 시장의 1차 빅뱅은 불발됐다. 하지만 그 무렵 서비스로봇 시장의 2차 빅뱅을 시도한 로봇이 등장했다. 청소로봇이다. 유럽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가 2001년 ‘트릴로바이트’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가정용 청소로봇을 출시했다. 출시 가격은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00만원대가 넘어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그러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로봇 공학자인 로드니 브룩스 교수가 가격 파괴의 혁신을 이루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저가형 청소용 로봇 ‘룸바’를 개발, 자신의 제자가 창업한 벤처기업 아이로봇을 통해 출시한 것이다. 출고가는 당시 한화 기준으로 수십만원대로 낮아졌다. 이것이 히트를 쳐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 로봇기업도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2004년 광주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탱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고, LG전자가 곧이어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LG 로보킹’의 시판을 개시했다. 반려로봇에서 불발됐던 서비스로봇 시장 성장의 불씨는 이렇게 가정용 청소로봇을 통해 재점화됐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팔린 가정용 서비스로봇은 총 1,630만대인데 그중 71.2%인 1,160만대가 청소용 로봇이었다.

이렇게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된 서비스로봇들은 이제 또 다른 분야에서 우리의 삶 속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비대면(언택트)과 온라인을 통한 소통(온택트)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에 발맞춰 그 메신저로서 서비스로봇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와 접객서비스, 물류배송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로봇 시장의 3차 빅뱅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그중 보건분야 서비스로봇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발·도입 붐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검역과 방역·치료를 해야 하는 업무 수요가 늘자 우리나라와 미국·중국 등에서 해당 업무에 로봇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내원객들의 코로나19 감염증상을 체크하는 차원에서 체온측정과 감염증상 문진을 하는 안내로봇을 도입했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등의 감염자 등의 치료를 위해 설치된 주요 음압병실에 자외선과 공기흡입 방식으로 병동 공기오염을 막는 살균로봇을 배치하기로 했고, 운송로봇을 도입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환자복·의료폐기물 등을 처리장소로 옮기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주의 프로비던스지역의료센터에는 ‘비치(Vici)’라는 이름의 자율주행형 간호로봇이 배치돼 병실을 다니며 확진자의 상태를 고화질 동영상카메라로 촬영해 의료진에 생중계해준다. 비치의 몸체에는 화상모니터와 마이크·스피커도 달려 있어 의료진은 이를 통해 환자를 문진하고 병세를 살핀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베이징 펑타이구에 탱크 형태의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해 해당 지역의 소독 방역작업을 맡겼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이 됐던 우한시에는 자율이동형 운송로봇을 이용해 격리구역에 약품과 음식물 등을 배송하기도 했다.

접객분야에서는 LG전자가 지난달 ㈜우아한형제들·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식당용 서비스로봇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외식업 매장에서 손님의 주문을 받아 음식물을 나르고, 퇴식 업무도 돕는 자율주행로봇인데 연내에 개발을 마치고 렌털 서비스 형태로 식당 등에 보급될 예정이다. 물류배송서비스 분야에서는 오는 10월부터 우편배달 업무에 로봇이 투입된다. 우정사업본부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한 이동우체국, 우편물 배달로봇, 집배원 추종로봇을 스마트시티 등에서 시범 도입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한 우체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등기·택배우편물을 접수·결제하면 이동우체국 차량이 지정한 시간에 지정 장소로 자율주행해 우편물을 접수한다. 우편물 수신고객도 우체국 앱으로 수신 장소와 시간을 입력하면 해당 조건에 맞춰 자율주행 이동우체국으로부터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 GS건설은 일본이 인수한 미국 소재 로봇개발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견마로봇 ‘스팟’을 도입해 국내 건설현장에서 운송업무 등을 맡기기로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하반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스팟 공급을 개시했고, 올해 6월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대당 7만4,500달러에 판매를 시작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정부가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돌봄서비스 로봇이 개발·보급된다. 우선 SK하이닉스가 보건복지부의 정책에 호응해 하반기 중 주요 노인복지시설에서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주고 치매 예방 및 신체운동을 도울 AI로봇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비스로봇이 우리 삶의 동반자로 급부상하는 이면에는 대인관계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안내로봇을 개발해온 국내 한 중소로봇기업 대표는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은 오르고,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까지 겹치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료기관 등은 인력을 고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24시간 군말 없이 일하는 접객로봇 도입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돌봄로봇을 시판 중인 한 로봇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치매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가구는 늘고 있는데 자녀들은 생업으로 인해 부모님 곁에서 상시 대기하기 어렵고, 특히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경우라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돌봄로봇은 하루 종일 노인 곁에서 짜증 내지 않고 대화상대가 돼 외로움을 달래주고, 병세를 살펴 실시간으로 지역의료·보건기관에 상태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로봇시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병역자원 제약, 나 홀로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접객·물류, 국방, 외로움 해소 및 돌봄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뒷받침이 될 자율주행용 정밀지도 구축, 언어 및 시각 인지용 소프트웨어·빅데이터·센서부품, 주요 구동장비 등의 기술이 여전히 미국·일본 기업에 못 미쳐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장시간 구동을 위한 배터리 기술에 제약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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