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7개월 만에 결국 포기했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존속가치가 낮아 파산·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1,600명의 직원들이 대량 실직 사태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23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은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무산은 예견됐던 일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3월 SPA를 체결했다. 제주항공이 상세 실사를 진행한 가운데 창업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 취득, 계열사 지급 보증 등 연이어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며 계약서 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이 심화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게 10영업일 이내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강요로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에 돌입했다며, 선결 조건을 이행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임금 반납, 이 의원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 리스비 등 탕감 요청 등 자체적인 노력을 추진했으나, 제주항공은 선결 조건 이행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체불임금 등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며 갈등이 더욱 커졌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스타항공이 수년째 자본잠식인 점,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낮은 점 등을 기반으로 파산 및 청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직원 1,600여명의 대량 실직 사태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역시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며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임금 체불과 자녀 편법 증여 의혹 등에 연루된 이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이 개최할 임시 주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6일 개최하려던 임시 주총이 두 차례 무산됐다. 당초 임시주총에서는 신규 이사·감사 후보를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제주항공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며 무산된 바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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