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논란으로 ‘질소과자’란 별명까지 붙었던 제과업계가 제품 증량을 늘리며 ‘가성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족 증가로 매출이 늘어나 증량 증가에 부담이 없을뿐더러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최근 들어 더욱 눈길을 모은다. 질소 과자 논란을 증식시키기 위해 가격 변동은 최소화하고 증량을 하는 프로젝트다. 오리온은 지난 6년간 약 20개 안팎의 제품을 증량했다. 최근에는 ‘젤리데이’를 가격변동 없이 양을 29% 늘렸다.
단순 이미지 제고 차원이 아니다. 이는 실적 증가로도 이어졌다. 27일 오리온에 따르면 2018년 9월 증량한 촉촉한 초코칩은 올해에도 매출이 증가했다. 오리온은 촉촉한 초코칩의 월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오!그래놀라’와 ‘오!그래놀라바’는 올해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각각 8%, 43% 매출이 증가했다.
오리온은 증량마케팅을 통해 해외에서도 재미를 봤다. 오리온은 지난해 5월 중국에서 ‘하오요우취(스윙칩)’를 20% 증량한 후 7월 매출이 증량 전보다 75.9%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고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2월 ‘오스타(포카칩)’를, 5월에는 ‘스윙(스윙칩)’을 20%씩 증량한 후 7월 매출이 그전보다 각각 17.6%, 8.3% 성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두 국가에서 신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가격 변동 없이 제품의 양을 늘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해태도 마찬가지다. 해태제과는 올해 초 초코바 ‘자유시간’의 크기와 무게를 늘린 신제품 ‘자유시간 빅(Big)’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중량은 2배 가까이(36g→64g) 늘린 반면 가격은 50%만 오른 1,500원으로 정했다. 중량 대 가격 비율을 따지면 실질적으로 가격이 15% 상당 내린 셈이다.
식품업계도 증량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는 최근 ‘맛있는 오뚜기 컵밥’ 모든 제품의 밥 양을 20% 증량했다. 오뚜기는 컵밥의 맛과 품질에 비해 ‘밥 양이 적어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톡톡김치알밥, 김치참치덮밥, 참치마요덮밥, 차돌강된장보리밥, 진한쇠고기미역국밥, 황태콩나물해장국밥 등이다. 슬라이드 스푼은 기존 제품보다 길어져 손에 묻지 않는다. 오뚜기 관계자는 “푸짐한 한끼 식사를 위해 밥 양을 20% 늘렸다”며 “진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의 오뚜기 컵밥으로 든든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를 추격하고 있는 오뚜기의 진비빔면도 기존 메밀비빔면 대비 양을 20% 증가한 ‘진비빔면’을 내놓으며 비빔면 시장의 ‘증량’ 경쟁을 이끌어냈다.
대형마트도 친환경 캠페인과 연계해 증량 마케팅을 펼친다. 롯데마트는 송파점, 서초점 등 수도권 28개점을 대상으로 롯데마트 내 반찬 코너인 ‘미찬/집밥 예찬’에서 반찬 용기를 가지고 오면 구입한 반찬 20%를 증량해준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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