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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골든타임…'해외자원개발' 시계, 6년만에 다시 돈다

文정부 '금단 영역' 치부했지만…가스公 신규투자 검토

문재인 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은 ‘금단의 영역’이었지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경기불황으로 알짜 매물이 쏟아지면서 공공기관들이 다시 해외자원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를 필두로 자원 관련 공공기관들이 해외 시장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개발 사업이 적폐로 낙인 찍힌 탓에 손을 떼고 있었으나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성 높은 알짜자산을 싼 가격에 내놓고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을 마지막으로 멈췄던 자원개발의 시계가 6년 만에 다시 돌기 시작한 셈이다.
불황에 알짜매물 속출…공공기관 속속 시장 조사 돌입
29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해외 우량자산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신규 투자가 없을 경우 오는 2040년 해외사업장의 생산량이 현재(2019년 기준 400만톤)보다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해외자산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가스공사는 신규 투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해외사업기획부를 해외투자사업개발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발 빠르게 채비를 갖추고 있다. 가스공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해외사업 담당조직에서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해외 신규 투자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시장에 우량자산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가 인도네시아에 구축한 DSLNG 액화플랜트./사진제공=가스공사




과거에 인수했던 해외자산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며 가스공사는 2013년 이후 해외자원개발을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았다. 부실자산 때문에 대규모 부채를 떠안게 됐지만 가스공사가 다시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데는 저유가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만 해도 평균 배럴당 64달러(브렌트유 기준)에 달했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우량자산을 저가에 내놓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해외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요구했던 정부도 자산 인수를 검토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5월 산업부는 6년 만에 중장기 로드맵인 ‘자원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자원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알짜 자산이 시장에 나온다면 공공기관들이 서서히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자원개발에 다시 뛰어들기로 한 데는 초저유가 국면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우량자산을 저가에 내놓을 것으로 가스공사는 보고 있다. 특히 투자 공백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외 생산량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자원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의 자원개발 실패 사례에 갇혀 있다가는 한국의 자원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투자공백 길어지면 자원안보 위험…홀대하던 정부도 입장 바꿔
자원공기업들에 해외사업 신규 투자는 그간 언감생심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원개발 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자원공기업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자원개발에 동원됐던 가스·석유·광물자원공사의 합산 부채는 자원개발 투자가 한창이던 지난 2010년 39조7,218억원에서 2018년 54조9,241억원으로 15조원 이상 불어났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추가 차입해 이자를 내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해외자원개발이 ‘적폐’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정부 지원도 급격히 줄었다. 해외 투자에 대한 정부예산을 살펴보면 2013년 3,093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367억원으로 10분의1 가까이 급감했다.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부여하던 각종 세금혜택 역시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과거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뿐 자원개발 사업은 지속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유가 하락 등 외부적 요인은 외면한 채 비용을 과소평가하면서 수익을 과대평가하는 부실한 경제성 평가가 사업 실패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지적이다. 자원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에 에너지 자주개발률이라는 목표치를 부여하고 자원개발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며 “기획재정부가 매년 내놓는 공공기관 평가의 핵심 지표로 개발률이 활용돼 공기업들은 단기성과 위주의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자원개발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석유 수요는 49억2,100만toe(석유환산톤)로 27.8%, 천연가스는 44억4,500만toe로 25.1%의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처럼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하는 일본이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저가자산 인수, 자원외교 추진 등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취임한 후 자원외교를 활용한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장려해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29.4%(2018년 기준)로 취임 당시보다 7%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가스공사가 7년 만에 신규 사업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가스공사는 초저유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이 자원개발에 나설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평균 배럴당 64달러(브렌트유 기준)에 달했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우량자산을 저가에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경제성 평가가 과거실패 원인…옥석 가려 투자해야
정부도 해외자원개발을 홀대했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원개발 중장기 로드맵인 ‘자원개발 기본계획(2020~2029년)’을 발표한 바 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과거 자원개발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자원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대륙붕 탐사 등 민간기업의 탐사 사업에 대한 정부 출자를 강화하는 방식을 병행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원개발을 적폐로 밀어붙였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개발 사업 활성화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안보 측면에서도 자원개발은 필요하다”며 “부실자산을 처리하는 것과 별개로 신규 투자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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