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 대책에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이 암초를 만나는 모습이다. 주택 공급의 핵심 지역의 강남 재건축 조합들이 ‘1도 관심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지금도 재초환에다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수익이 줄어드는 데 공공 재건축으로 늘어난 기대수익률의 90%까지 환수하는 데 누가 참여하겠느냐고 말한다.
서울경제가 5일 강남 재건축 조합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우선 송파구 잠실동 A 아파트 조합장은 “공공 재건축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일반 분양물량이 2,000가구 이상 나와 충분하다”며 “추가 인센티브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재건축 일정 속도만 내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들이 공공 재건축 극구 반대할 것이다”라며 “사업이 안되면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잠실 B 조합 관계자는 “임대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분담금도 줄어들지 않는다”며 “결국 수익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데 50층 올려서 늘어나는 것을 나라에 바칠 거면 누가 하나”고 반문했다.
대치동 C 조합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조합장은 “별 이익이 없는 거 같다. 임대주택 수만 늘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주민들도 별로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곳의 한 조합 부위원장은 “공공 재건축 비판적이고 관심이 없다.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당근도 없다”며 “인센티브 다 환수하고 재초환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하는 데 누가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여의도 한 조합 관계자는 “우리 소유주들은 공공 재건축 1도 관심 없다. 할 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공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의 층수를 최고 50층까지 올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재건축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하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여 50층 건립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률 기준으로 90% 이상을 환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공공참여형 재건축 도입으로 서울서 총 5만가구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뉴타운 해제구역 등 주거환경 정비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공공재개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짜낼 것은 다 짜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는 2028년까지 신규로 선보이는 13만2,000가구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조합 참여가 필수적인 공공 재개발·재건축이 무려 50%가 넘는 7만여가구에 이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참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반쪽 공급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박윤선·권혁준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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