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가로 ‘9억원 이하’인 주택연금 가입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10일 발행한 ‘2020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현행 주택가격 한도를 폐지하거나 관련 조항을 재정비해 주택연금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노인빈곤율(2017년 기준 43.8%)과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상황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현 제도는 이를 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홍콩은 주택가격 제한 없어...우리도 검토필요" |
입법조사처는 “고가주택이더라도 집 한 채만을 가진 고령층은 주택연금이 필요할 수 있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가입조건이 안 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홍콩은 가입요건으로 주택가격을 제한하는 대신 연금청구액에 상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홍콩은 연금 가입조건으로 주택가격을 내세우지 않고 있고 대신 주택연금 지급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방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고가주택의 연금지급액 상한을 설정하면 주택연금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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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가격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고 정부도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입조건 9억원을 ‘시가’가 아닌 ‘공시가’로 바꾸는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게 되면 시가로 12억~13억원인 주택도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의원도 주택가격 한도를 폐지하되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제한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역시 지난달 이사회에서 “잘 사는 사람에게 주택연금을 왜 주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노후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있고 기금 건전성을 확보해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되다 좌절된 것이 비싼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노후까지 공적 성격의 연금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이어서 이 같은 반론은 걸림돌이다.
55세 이상 7만가구 오피스텔 거주...가입길 열릴까 |
주택연금은 가입 연령이 높을수록, 주택가격이 비쌀수록 월수령액이 높아진다. 가령 올해 55세인 사람이 시가 3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가입하면 사망 때까지 매월 46만원(종신지급방식·정액형)이 나오지만 85세가 6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가입하면 매달 384만원을 받게 된다. 만약 가입자가 사망하는 등 주택연금 종료 시점까지 받은 연금이 종료 시점 주택매각 가격보다 적을 경우 잔여대금은 상속인에게 반환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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